팡리즈 망명은 되고 왕리쥔은 왜 안될까… “왕 부시장, 박해받는 정치범 아니고…”

입력 2012-02-12 19:02

왕리쥔(王立軍) 충칭 부시장이 청두(成都) 미국 총영사관에서 망명을 거절당하자 천안문 사태 뒤 영국으로 망명한 반체제 물리학자 팡리즈(方勵之)와 비교하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팡리즈는 1989년 1월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된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하는 서한을 덩샤오핑(鄧小平)에게 보내 같은 해 6월 천안문 사태를 촉발시키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천안문 사태 당시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으로 피신, 미·중 양국 간 지루한 협상 끝에 1년 뒤 아내와 함께 영국으로 떠날 수 있었다.

청두 총영사관 관계자는 우선 왕 부시장은 정치적 이념 때문에 박해를 받는 정치범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재외 공관은 정치적 망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팡리즈의 경우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게 아니고 몰래 미국대사관에 숨어 들어갔기 때문에 내보낼 수 없었다”고 다소 군색한 설명을 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찰이 영사관에 왕 부시장을 잡으러 들어올 수도 없지만 미국 측도 그를 비밀리에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다고 했다.

반체제 사이트 보쉰은 왕 부시장이 이에 눈물을 흘리면서 “정치적 박해 때문에 생명이 위험하다”며 “미국 측이 적절한 시기에 우리의 대화 내용을 공개해 달라”고 요청한 뒤 영사관을 나섰다고 전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