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4월 총선 공약으로 ‘전·월세 상한제’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등을 들고 나왔다. 전·월세상한제는 민주통합당이 지난해 의욕적으로 추진했으나 한나라당과 정부가 ‘시장질서 왜곡’ 등을 이유로 반대했던 제도다. DTI 규제 완화는 가계부채 때문에 여야 모두 손대는 걸 금기시해 왔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표가 되는 정책이면 모두 차용하는 ‘정책 베끼기’와 ‘표(票)퓰리즘’에 빠진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 총선공약개발단 관계자는 12일 “주거복지 차원에서는 무엇보다 전·월세 시장 안정이 중요하다”며 “전면적인 가격 상한제는 어렵겠지만 일부 지역에 대해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전·월세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3배 이상 높은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전·월세 상한선을 설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집주인이 상한선을 넘겨 임대료를 올려 받으면 세입자가 초과분을 되돌려 받도록 세입자 부당이득반환청구권도 인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는 지난해 2월 민주당 전월세특별위원회(위원장 원혜영)가 내놨던 정책이다. 민주당의 안은 전·월세 상한폭 연 5%로 제한, 상한 위반시 반환 청구권, 임차인 계약갱신청구권 등이 골자였다.
이에 대해 당시 심재철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상한제를 도입하면 집주인이 시행 전에 미리 전·월세 값을 올리는 등 오히려 세입자만 피해를 보고 실효성은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도 “장기적으로 공급을 위축시키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했다. 이후 새누리당은 지난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전·월세 상한제를 한때 검토하기도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별 진척이 없었다.
새누리당은 이번에 다시 총선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통제에 부정적이고 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아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새누리당은 DTI 규제를 금융기관 자율에 맡기고, ‘준공후 미분양 주택’ 취득시 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DTI 규제 완화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가계부채 문제로 인해 정부는 지난해 수차례 부동산대책을 내놓을 때도 제외시켰던 사안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이 총선을 앞두고 정책을 쉽게 뒤집는가 하면, 논란이 많은 정책까지 선거를 의식해 무조건 내놓고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
민주당 추진땐 ‘시장 왜곡’한다며 반대하더니… 與, 표 좇아 ‘전·월세 상한제’ 베끼기
입력 2012-02-13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