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법-저축銀 개정에 정부·靑 “시장원리 훼손·위헌 소지” 강한 반발
입력 2012-02-12 21:40
정부가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담은 ‘여신금융전문업법(여전법)’ 개정안이 10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데 대해 업계는 물론 해당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정무위가 9일 처리한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특별조치법(저축은행특별법)’과 더불어 시장질서를 훼손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전법 개정안 18조의3 제3항은 “신용카드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 대해 금융위가 정하는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부(금융위)가 수수료율을 임의로 정해 강제 적용하되 이를 수용하지 않는 카드사에 대해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나 허가등록취소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연매출 2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에 대해서는 정부가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행정지도 방식으로 대형마트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비하면 개정안은 정부가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한 가격체계를 밀어붙이는 것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자본주의가 아니라 공산주의 체제에서 사업하라는 것과 같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금융위 역시 “시장 질서를 해치는 독소조항”으로 본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정부가 일률적인 가격을 정해 민간회사에 이를 수용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과거 군사정권 때도 흔치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말 많은 카드 수수료율에 대해서는 금융위 차원에서 전면적인 개편안이 이미 마련 중에 있다. 한국금융연구원(KIF),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일회계법인이 준비하고 있는 개편안은 다음 달 말 공개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정무위가 여전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재연 KIF 연구위원은 “(국회의원들이) 자영업자들의 표를 의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10일 정무위에 출석해 “모든 가맹점이 수용하는 수수료율을 금융위가 산출하라는 법은 사실상 집행하기 곤란하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정안은 시장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위헌소지마저 있다”고 밝혔다.
여전법 개정안보다 하루 앞서 정무위에서 처리된 ‘저축은행특별법’ 역시 금융질서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특별법은 기존 예금자보호법(예금보호 한도 5000만원)을 무시하고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과 후순위채권 피해액에 대해서도 55%까지 손실보전을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시장 가격을 정부가 정하도록 한 여전법 개정안과 원금 일부보호 원칙을 특정 집단에만 예외로 해준 저축은행특볍법 모두 금융 규제의 기본원칙을 명백히 훼손했다”고 비판하고 “시장경제의 본질을 정한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국회 정무위의 저축은행특별법 추진에 대해 “필요할 경우 청와대도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