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납치범들, 무장강도 동료들과 맞교환 원해
입력 2012-02-12 21:37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성지 순례에 나섰다가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던 한국인 3명이 11일(이하 현지시간) 모두 풀려났다.
베두인족 무장세력에게 납치된 이민성(53) 목사와 장로 이정달(62)씨, 현지 한국인 가이드 모종문(59·여)씨와 이집트인 여행사 직원 등 4명은 이날 오후 9시40분쯤 다른 일행들이 머무르는 현지 캐서린플라자호텔에 무사히 도착했다. 전날 오후 3시30분쯤 시나이산 인근 유적 캐서린 사원으로부터 약 30㎞ 떨어진 지역에서 납치된 지 30시간 만이다. 일행들과 합류한 피랍 한국인들은 이스라엘을 거쳐 요르단에 머물고 있으며, 17일 오후 한국에 도착할 예정이다.
흰색 지프를 타고 건강한 모습으로 숙소에 도착한 이들은 한목소리로 “모두 아픈 곳 없이 건강하다”고 말했다.
이들의 피랍 직후 시나이반도 주지사와 현지 경찰 책임자는 베두인 족장의 중재로 납치범들과 석방 협상을 진행했다. 납치범들은 한국인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최근 시나이반도 은행 무장 강도 혐의로 체포된 동료 살렘 고마 우다(29)의 석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집트 당국이 납치범들의 요구를 수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이드 모씨는 12일 이번 “납치는 한국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며 “베두인족이 정부와 싸우려고 외국인을 납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성지순례객이 많은 시나이반도에서 외국인 납치가 빈발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정보가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나이반도에서는 지난주에도 미국인 여성 2명과 이집트인 가이드가 베두인족 무장세력에게 납치됐다가 수 시간 만에 풀려났고, 지난 9일에는 이집트 경찰관 19명이 일시 억류됐다.
베두인족은 특히 지난달 31일 현지 중국인 근로자 25명을 납치해 교도소에 수감 중인 동료 5명의 석방을 요구하다 협상을 통해 15시간여 만에 풀어줬다.
그러나 이번에 납치됐다 풀려난 한국인 일행은 현지에서 납치 위험을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납치된 일행 가운데 한 명인 전모(54)씨는 이날 현지 숙소에서 연합뉴스에 “주이집트 한국대사관이나 여행사를 통해 납치 위험 얘기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의 ‘늑장’ 고지가 화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 주한이집트 대사관은 한국인 피랍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이날 오전에야 뒤늦게 이메일과 웹페이지 고지를 통해 시나이지역으로의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
정부가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여행경보를 2단계(여행자제)에서 3단계(여행제한)로 상향조정한 것도 이날 오후였다.
이동훈 기자, 연합뉴스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