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팝의 아이콘 ‘여왕’이 하늘무대로 떠났다… 휘트니 휴스턴 숨져

입력 2012-02-12 20:59

‘팝의 여왕’ 휘트니 휴스턴이 전설 속으로 사라졌다.

휴스턴이 11일 오후 3시55분(서부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에 있는 호텔 베벌리 힐튼에서 사망했다고 현지 경찰이 발표했다. 휴스턴은 1963년 생으로 올해 48세다.

그의 직접 사인은 즉각 밝혀지지 않았다. 베벌리힐스 경찰은 “타살이나 기타 범죄 흔적은 없다”고 발표했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CNN과 현지 연예 전문 매체들에 따르면, 경찰이 신고를 받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 호텔 직원들과 응급구조 요원들은 응급조치를 취하고 있었으나 현장에서 사망했다. 호텔 욕조 안에 쓰러져 있던 휴스턴을 처음으로 발견한 그의 경호원은 호텔 직원에게 전화를 걸었고, 호텔 직원은 바로 911에 신고했다. 911 응급구조팀은 휴스턴에게 30분간 심폐소생술(CPR)을 했으나 깨어나지 못했다. 일부 언론은 사인이 약물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연예 전문 매체 TMZ는 익사가능성을 제기했다. 휴스턴이 머물던 호텔방에서 불법 마약류가 발견되지 않은데다, 의사 처방으로 살 수 있는 약병들은 여럿 발견됐으나 사망 직전 방안에서 술을 마신 증거도 없었다는 것. 이에 따라 약을 복용한 휴스턴이 목욕 도중 욕조에서 약기운으로 익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베벌리힐스에서 제54회 그래미상 시상식이 있기 꼭 하루 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미 연예계에 충격이 더했다.

휴스턴은 이날 저녁 이 호텔에서 유명 음반 프로듀서 클리브 데이비스가 주최하는 만찬에 초청돼 공연을 할 예정이었다. 휴스턴은 지난 9일 밤 이번 그래미상 행사와 관련된 사전 행사에도 참석했었다. 현지 언론은 당시 휴스턴이 할리우드 인근의 한 나이트클럽 앞에서 헝클어진 머리와 흐트러진 옷차림으로 나타났던 모습을 보도했다. 이것이 그가 대중들에게 공개된 마지막 모습이 됐다.

지금까지 그의 음반 판매량은 1억7000만장이 넘는다. 그래미상을 6차례나 수상했으며, 7곡을 연속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려놓았다. 그는 ‘팝의 역사’를 새로 쓴 ‘디바(여왕)’였다.

1963년 뉴저지주에서 태어난 그는 1985년 데뷔 이래 ‘아이 윌 올웨이즈 러브 유(I Will Always Love You)’ ‘더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The Greatest Love of All)’ 등 수많은 히트곡으로 1980년 후반과 9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1992년에는 배우 케빈 코스트너와 함께 출연한 영화 ‘보디가드’는 한국에서도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2007년 가수 겸 작곡가 바비 브라운과 이혼한 뒤 음주와 마약 중독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후 때때로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거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여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완벽한 고음과 엄청난 가창력도 그때부터 망가져 갔다.

2009년부터 약물 및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등 재활 의지를 보인 그는 2010년에 10년 만에 월드투어를 재개하며 내한 공연을 갖기도 했다.

그의 사망소식이 알려지자 호텔 주변은 팬들과 취재진이 모여들어 인근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 등에는 동료 팝가수들과 팬들이 올린 추모의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캐나다 팝가수 저스틴 비버는 트위터에 “말도 안 된다”며 “‘현존하는 최고의 목소리’ 중 하나가 막 사라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