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비대위 ‘물갈이’ 다시 고삐…12일 만찬 회동, ‘구악’ 청산

입력 2012-02-13 00:19

검찰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새누리당이 다시 한번 인적 쇄신 고삐를 당기고 있다. 4·11 총선에서 친이명박계의 ‘구악(舊惡)’이 당 전체의 발목을 잡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도부는 16일 시작되는 공천심사를 계기로 구주류와 확실하게 단절한다는 각오지만 친이계 반발과 중진들의 용퇴 지지부진으로 ‘물갈이’ 동력은 자꾸 힘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다시 고삐 죄는 비대위=돈 봉투 사건을 바라보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비대위의 시각은 “공멸할 것이냐 청산할 것이냐, 갈림길에 왔다”는 것이다. 이참에 공천 물갈이로 인적쇄신 그림을 완성해보자는 의욕도 보인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12일 비대위원 만찬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털고 갈 건 털고 가야 한다”며 “당의 옛 체제에서 일어난 일을 다 안고 갈 수 없다는 게 저와 김종인 위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들은 2시간30분 동안 기성세력 청산 등을 강도 높게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여당 정치인들이 더 나올 수 있는 상황인 만큼, 예전처럼 물에 물 탄 듯한 공천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적쇄신 동력 쇠락=당 전체에 위기감이 팽배해 있음에도 인적쇄신 동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MB정부 실세 퇴진론’은 메아리만 요란하고 중진·고령 의원들의 집단 용퇴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초선 의원 몇 명 외에 중량급 정치인 가운데는 기득권을 내려놓는 이가 없다. 한 친박계 의원은 “중진 용퇴론은 이제 거론 안 되는 거 아니냐”고 했고 친이계 인사는 “이쪽 상당수가 접전지인 수도권 지역구라, 영남권 친박 용퇴처럼 쉽게 (친이계를) 도려내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은 전날 “박 위원장 주변 사람 중에서도 (당 쇄신책과) 나를 욕하고 다니는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고 다시 한번 당내 기성세력들을 비판했다.

◇강남을 정동영 대 김종훈?=당 핵심관계자는 “서울 강남을에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이 출마하겠다는데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출마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존폐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비준동의안 통과과정에서 강성 반대 입장을 취한 정 고문의 대항마로 한·미 FTA ‘전도사’ 김 전 본부장을 내세우겠다는 전략이다. 두 사람이 나란히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지면 18대 국회에 이은 ‘FTA 2라운드’가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