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상급 뮤지션마저 남의 작품 표절하면

입력 2012-02-12 18:19

가수 아이유가 부른 노래 ‘섬데이(Someday)’ 표절 공방에서 박진영씨에게 패소 판결이 지난 10일 내려졌다. 1년여를 끈 공방에서 박씨가 ‘내 남자에게’(작곡 김신일)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박씨 쪽은 승복할 수 없다며 항소의사를 밝히고 있으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강영수 부장판사)가 국내 최고 권위의 지적재산권 전문 재판부라는 점에서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판결이 가져올 파장은 작지 않다. ‘섬데이’는 지난해 1월 KBS2 드라마 ‘드림하이’ 삽입곡으로 발표돼 널리 알려진 곡이다. 저작권 침해의 주체가 국내 정상급 음악인이라는 점도 화제를 모으기에 충분했다. 박씨는 유명 가수이자 작사와 작곡을 직접 하는 뮤지션이다. 여기에다 현재 국내 3대 연예기획사 가운데 하나인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다. 현재 SBS의 ‘K 팝스타’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나와 대쪽같은 심사평을 날리고 있다. 한마디로 살아있는 문화권력인 것이다.

이런 음악인이 표절 판결을 받은 것은 우리 대중문화계의 부끄러움이 아닐 수 없다. 쟁점이 된 후렴구 8마디에 대해 박씨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관용구”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가락이 유사하고, 화음과 리듬은 서로 같다”고 지적했다. 저작권 침해의 핵심요소인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 두 부분에서 명백한 표절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저작권 침해로 인한 첫 손해배상액 2167만원까지 부과함으로써 책임의 범위를 확대했다.

이번 판결은 베끼기가 만연한 우리 음악계에 일대 경종을 울려주고 있다. 더욱이 한류의 첨병이라는 대형기획사마저 표절시비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우리 가요계가 심각한 도덕불감증에 걸려있다는 증거다. 예술의 영역을 법의 잣대로 재량한다는 것 자체가 불행이지만 음악계의 자정노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재판의 힘을 빌릴 일이 더 많아질 것이다.‘섬데이’ 판결을 계기로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우리 대중음악계가 치열한 작가정신으로 승부하는 예술계 본연의 모습을 되찾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