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기독교서회 정지강 사장 “문서출판 선교 122년, 성서주석 완간 가장 큰 업적”

입력 2012-02-12 18:16


대한기독교서회는 1990년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시작한 성서주석을 올해 초 완간했다. 지난 22년 간 국내의 유명 신학자 50명이 집필에 참여해 55권의 주석서라는 대작을 만들어 냈다. 지난 8일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정지강 사장을 만나 주석서 발간의 의미와 기독교서회의 발자취 및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한국기독교에는 기독교방송이나 대한성서공회 등 여러 연합기관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대한기독교서회(이하 기독교서회)가 제일 먼저 세워진 연합기관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서회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기독교서회는 한국 기독교 선교 초기인 1890년에 설립됐습니다. 성서공회보다 훨씬 앞서 세워진 연합기관이지요. 구한말 국내에 온 선교사들은 교파의식을 벗어나 한국 선교를 위해서 연합기관으로 기독교서회를 설립했습니다. 장로교 감리교만 아니라, 구세군 등도 합류했지요. 선교사들은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학교, 병원, 출판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 결과로 연희학당(연세대), 이화학당(이화여대), 배제학당(배제고교, 배제대), 세브란스 병원, 기독교서회가 설립된 것입니다.

이 같은 설립정신에 따라 기독교서회는 문서 출판의 사명을 앞으로도 계속 할 것입니다. 기독교서회는 해방 이후 기독교방송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더불어 대표적인 연합기관으로 교계의 구심적인 역할을 감당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서회에 근무하던 분들이 기독교방송이나 NCCK의 책임자로 옮겨갈 정도로 교계의 인재풀이기도 했지요.

-기독교서회가 122년 동안에 해온 일 중에서 한국교회나 한국사회에 내놓을 만한 업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1926년 언더우드선교사의 보고서를 보면, 한국 출판사들은 1년에 75∼80 종의 신간서적을 발간했는데, 기독교서회가 절반을 넘었다고 합니다. 일반출판사 책의 80%는 소설책이었으므로 의미 있는 책은 대부분 기독교서회의 책이었다고 합니다. 기독교서회는 당시 신앙서적 외에도 의료서적, 수학교재(산학), 민초들의 삶을 돕기 위한 편물, 위생서적 등도 많이 출판했습니다. 이런 책들은 거의 다 한글로 발행되었고, 이를 통하여 한글의 중흥에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기독교서회는 또 해방 후에는 신학교 교재가 없는 상황을 주시하고 신학교재 개발에 주력했고, 분열된 찬송가를 하나로 통일하여 통일찬송가를 펴내고 교회에 공급했습니다. 찬송가는 기독교서회가 1980년대부터 줄곧 개발하고 발행하여 보급해왔다고 보면 볼수 있습니다.

또 한국교회의 강단에 쓸 만한 참고자료가 없는 현실을 직시하고 1960년경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신구약 성서주석을 일부 번역하고, 집필하여 출간했습니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많은 발전을 했고, 특히 성서신학의 각 분야에서 훌륭한 신학자도 많이 배출되어 새 시대에 걸 맞는 성서주석 간행의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22년 전, 창립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주석서를 발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오랜 시간을 거쳐 전 55권 중 2권을 제외한 모든 책이 출판되었습니다. 2권이 곧 출간될 것이므로 금년부터 출간 기념 특별 보급에 들어갔습니다. 성서주석의 발간은 근래 서회가 한 가장 중요한 업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100주년 기념주석의 의의와 특징 그리고 55권의 방대한 책이 나오기까지의 경위를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간된 성서주석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구약 총 55권에 달한다는 점도 그렇고, 50명의 각 성서별 전공학자들이 동원된 것도 그렇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주요 신학교의 교수들이지요. 이 주석은 외국주석들처럼 학문에만 치우치지 않고 처음부터 한국교회의 강단을 염두에 두고 기획되었습니다. 신학과 교회를 연결하려고 시도한 것입니다. 외국 주석을 번역하거나 여러 주석을 짜깁기 한 편역 주석들과는 확연히 구별됩니다.

적어도 성서이해와 설교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목회자나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주석을 완간하는 데 가장 어려웠던 점은 출판비용과 수고가 아니라, 원고 집필이었습니다. 교수님들이 원고를 완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고, 또 중간에 집필자를 교체하는 등으로 시간이 예상보다 훨씬 많이 걸렸습니다.

또 집필진이 50명에 이르다 보니 중간에 여러 사정으로 집필을 포기하고 해당 전공에 맞는 집필자를 교체하는 등으로 시간이 예상 보다 훨씬 많이 걸렸습니다. 외국의 유명한 주석들은 30년이 지나도 완간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20년만에 완간한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주석이 55권에 이르다보니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하더라도 목회자들이 구매하기에 부담이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완간 기념으로 특별 할인 행사를 벌이고 있습니다.

-서회에서 앞으로 진행될 뜻있는 사업이 있는지요? 그리고 한국기독교를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이며, 한국교회에 요구할 것은 무엇인지요?

△지난해 본회퍼 선집도 8권으로 완간했습니다. 그동안 본회퍼의 책은 영어로 된 책에서 중역한 것이 많았는데 이 선집은 독일어 원본에서 완역했습니다. 이전 본회퍼 전집의 부족한 점들을 보완하여 독일어 최근 편집 본을 대본으로 사용했습니다. 본회퍼 전집은 16권으로 되어 있는데, 신학적으로 의미 있고 중요한 책은 다 선별하여 번역했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기획은 칼 바르트의 ‘교회교의학’ 번역 출판입니다. 한 권이 1000쪽이 넘기도 하는 등 원고양이 엄청난 책입니다. 루터 등이 사용한 중세 독일어, 헬라어, 히브리어, 라틴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등 숱한 언어가 동원된 책이라 번역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총 13권 중에 7권이 출간되고 6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기획은 크게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출혈 투자라고 할 수 있지만, 서회는 한국교회를 위한 사명으로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합기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해방 전후, 70∼80년대와는 달리 이제 한국 사회는 세분화되었고, 종교의 문화사회적 영향력은 급격히 위축되었습니다. 교단 중심주의, 개교회 중심주의가 만연하면서 그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따라서 목적은 동일하되 달라진 사회에 맞게 스스로 변신하여 존립기반을 강화하고 선교사업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연합기구가 교회를 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으나 이제 연합기구는 교회 현장의 요구를 잘 반영하고 그에 대한 응답으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여야 하는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기독교서회는 목회, 신학, 선교 현장 등 한국교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승한 기자 s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