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평사 기업 평가 못 믿겠네… 등급 상향, 하향보다 3.4배 많아

입력 2012-02-12 18:16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의 기업평가가 국제 신용평가사들보다 헐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평가 대상 기업들의 압박과 로비로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제대로 된 심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2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평사의 신용등급 ‘상향 대 하향 비율’은 3.4로 집계됐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하향 조정보다 평균 3.4배 많았다는 의미다. 또 국내 신평사에서 A등급 이상을 부여받은 비율은 2008년 54.8%에서 2009년 60.6%, 2010년 70.5%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 피치 등 3대 국제 신평사들은 지난해 한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모두 10차례 내렸다. 등급을 올린 건수는 7차례에 불과했다.

이처럼 국제 신평사들과 국내 신평사들의 평가결과가 엇갈린 이유는 국제 신평사들이 기업에 절대 ‘갑’이지만, 국내 신평사는 반대로 ‘을’ 구조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 많다. 국내 신평사들은 고객인 대기업의 상향 평가 요청을 거부하면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쉽게 하향 평가를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회사채 발행을 앞둔 기업의 경우 좋은 평가를 받아야 회사채 발행이 용이하고 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신평사를 상대로 적극적으로 로비에 나서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신평사가 기업의 압박에 굴복해 객관적인 평가를 하지 못하면 지난해 대한해운이나 진흥기업 사례처럼 투자자들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현동 기자 hd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