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유통증명제’ 겉돈다… 불법 포획 더 늘고 가격만 올라

입력 2012-02-10 19:12

고래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고래유통증명제가 시행 1년이 됐지만 관계기관들 간 협조 부족으로 유명무실한 상태다. 고래의 불법 포획과 유통은 여전한 채 고래고기 값만 올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1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혼획(그물에 우연히 걸림) 또는 좌초(죽거나 다쳐 바다에 떠다님)된 고래 549마리에 대해 고래유통증명서가 발급됐다. 동해지방청은 395건, 남해지방청은 76건, 서해지방청은 87건의 증명서를 각각 발급했다.

그러나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가 파악하고 있는 증명서는 362건이어서 187건이 차이가 났다. 따라서 고래연구소에서 모든 고래의 유전자를 분석해 고래 유통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려는 정부 시책이 허점을 드러냈다.

혼획 또는 좌초된 고래는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에 따라 각 지역 해양경찰서 수사계에서 증명서를 발급하고 이 고래들만 수협을 통해 매각할 수 있다. 수협 조합장은 위판되는 고래의 DAN시료를 채취해 국립수산과학원에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기관별로 증명서 발급 건수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있다.

고래연구소 한 관계자는 “해경과 수협 관계자 등과 협의해 관리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라면서 “ 해경이 수산과학원 쪽으로 증명서를 바로 제출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유통증명제로 고래의 불법 포획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래 불법 포획 적발건수는 13건 26마리다. 2010년의 12건 13마리에서 2배 증가했다.

특히 주로 밍크고래를 취급하는 울산의 고래고기 전문 음식점은 80여곳으로 유통증명제 시행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 이들 음식점에서 취급하는 밍크고래는 연평균 200마리가 넘는데 유통증명서가 발급된 밍크고래는 지난해 75마리이다. 나머지는 대부분 불법 포획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증명제 시행 이후 당국의 감시가 강화되면서 고래 위판가격은 크게 올랐다. 유통증명제 시행 전 밍크고래는 마리당 3000만원이었으나 시행 후 6000만원으로 치솟았다. 고래고기 음식점의 소매가격도 20∼30% 상승했다. 한 고래고기 음식점 주인은 “불법 포획한 고래는 위험수당이 붙어 가격이 더 오른다”고 말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