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애플, 지루한 특허전쟁 언제까지… “패배땐 이미지 치명타” 소송전 장기화 가능성

입력 2012-02-10 18:55

삼성전자와 애플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전 세계 9개국에서 지루한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애플의 최고경영자인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양사 간의 전격 화해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오히려 확전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은 지난해 4월 15일 애플이 삼성전자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와 태블릿PC인 갤럭시탭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법원에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21일 한국과 독일, 일본에서 특허권 침해로 애플을 제소하며 맞불을 놓았다. 두 회사는 네덜란드, 독일, 이탈리아, 호주, 프랑스 등으로 소송 국가를 늘리고 경쟁사 제품을 못 팔게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확전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까지 어느 한 회사가 확실하게 패배하거나 승리한 사례는 없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과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법원 등은 1심에서 갤럭시탭 10.1의 판매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렸지만 삼성전자는 디자인을 바꾼 ‘갤럭시탭 10.1N’을 판매하거나 항소심에서 이겨 실제 매출에 타격을 받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업계 관계자는 10일 “삼성전자와 애플 두 회사 모두 소송전을 이끌면서 뚜렷하게 이긴 판결이 없다”며 “그러다보니 소송전이 길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애플이 지난 8일(현지시간) 안방인 미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한 것도 기존 특허만으로는 승리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 12월 미국 새너제이법원은 애플이 신청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송전에서 공격이 먹히지 않는 만큼 애플로서는 본 고장인 미국에서 전기를 마련해 전선을 넓히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마트폰시장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특허소송 패배는 기업 이미지에 흠집을 내는 것은 물론 판매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도 양사가 소송전에서 발을 못 빼는 이유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매실적은 삼성전자가 지난해 3분기 애플을 제쳤으나 4분기에는 애플이 아이폰4S 출시에 힘입어 삼성전자를 다시 눌렀다. 하지만 연간 실적에선 9750만대(시장점유율 19.9%)를 판매한 삼성전자가 9300만대(시장점유율 19.0%)를 판 애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삼성전자가 그랬던 것처럼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 체결로 소송전이 끝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명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