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들고 튄 케이블TV 부동산 명강사… 174명 피해
입력 2012-02-10 22:43
부동산 전문 케이블방송 명강사이자 ‘필리핀 부동산 투자’ 작가인 김모(43)씨가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아 해외로 도주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투자자는 주부, 교사, 공무원 등 174명에 이르지만 김씨가 방송, 저술활동 외에 인터넷카페와 투자알선회사를 운영해온 것으로 드러나 추가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상당수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날린 데다 불법 해외송금에 따른 사법처리는 물론 과태료까지 물어야 될 처지에 놓였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10일 필리핀으로 잠적한 김모(43)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지명수배하고 인터폴에 신병확보를 의뢰했다. 서울세관은 또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김씨에게 5000만원 이상을 투자한 15명을 입건하고, 나머지 투자자 159명에 대해서는 투자금의 1∼2%를 과태료로 부과하기로 했다.
세관에 따르면 김씨는 2007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콘도미니엄, 토지 등에 투자하면 30∼4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꾀어 36억원을 끌어모았다. 투자자들은 김씨가 2007년 쓴 ‘필리핀 부동산 투자’ 책자와 이후 김씨가 출연한 부동산 관련 케이블방송, 김씨의 강연, 김씨가 운영하는 P인터넷카페 등을 보고 투자했다. 김씨는 투자자들로부터 은행이 아닌 자신의 비밀계좌로 투자금을 전달받아 10개 환치기 계좌로 세탁, 필리핀으로 송금했다.
특허법인 대표 변리사 박모(37)씨는 김씨가 쓴 책을 읽고 2008년 4월 마닐라에 있는 콘도미니엄 2채를 구매하기로 하고 김씨가 관리하는 환치기 계좌로 5억원을 입금했다. 자동차 출장세차업자 박모(50)씨는 아파트를 담보로 1억4000만원을 빌려 투자했지만 아직까지 부동산 계약서 등 어떤 서류도 받지 못해 투자금 전액을 날릴 형편이다. 은퇴 후 동남아 이민계획을 세웠던 원단제조업체 대표 하모(46)씨, 자녀 교육을 위해 필리핀 이주를 꿈꿨던 주부 영어강사 조모(38)씨 등도 비슷한 사기행각에 걸려들었다.
세관 관계자는 “김씨가 일부 투자자에게 매매계약서 등을 전달해 정상적인 투자를 알선한 것도 있어 아직 정확한 피해규모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가 잠적한데다 매매계약서 등의 효력도 장담할 수 없어 상당수 투자자들은 투자금을 날린 것으로 세관은 보고 있다.
세관은 외국부동산을 구매하려면 외국환거래법을 준수해 외국환은행에 송금 내역을 신고해야 하며, 개인 계좌에 투자금을 입금하는 행위는 사기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