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유혹’에 무너진 선수들… 왜 상무인가?
입력 2012-02-10 22:16
프로배구 승부조작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가담자도 처음 알려진 KEPCO 선수 외에 상무와 삼성화재 선수까지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전 구단선수로 수사가 확대됐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여자 프로배구에서도 승부조작이 이뤄졌다고 진술을 확보하고 전방위 수사에 나섰다.
◇자진신고 이어질까=프로배구 최고 명문 삼성화재에 첫 자진신고자가 나왔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2007~2008 시즌 삼성화재에 입단한 A 선수는 상무 시절 몇 차례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지난 시즌까지 상무신협에서 뛰었고 올해 팀에 복귀, 레프트 백업선수로 활약 중이다. 구단 측은 자체조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뒤 10일 관련 사실을 한국배구연맹(KOVO)에 보고했다.
KOVO 관계자는 “10일 오전까지 구단별로 자진신고를 권유했지만 삼성화재를 제외한 나머지 구단에서는 연루된 선수가 없다고 알려왔다”면서 “사태가 번지는 상황에서 계속 자진신고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왜 상무인가=삼성화재 신고자 A선수를 비롯, 구속된 일부 KEPCO 선수들도 상무시절 승부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구지검은 승부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있는 현역 상무 선수들을 10일 국방부 검찰단에 통보했다. 이 가운데 한 명은 핵심 브로커 역할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 선수들이 검은 돈이 오가는 승부조작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상무에 들어가면서 수입이 끊기기 때문이다. 복무 기간 중 일부는 소속 구단이 주는 군복무 수당을 받지만 스타로 대접받던 입대 전 수입과 비교도 할 수 없다. 자진신고한 A 선수는 일부러 실수 한 번 해주면 한 번에 400만원을 챙길 수 있어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 때도 상무 선수 9명이 기소되면서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무의 프로 리그 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또 구속된 신인왕 출신 선수의 입단이 2010년인 점으로 미뤄 2010~2011 시즌의 승부조작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다양한 불법 베팅=지난해 스포츠토토에 신고된 불법 베팅사이트는 1만3700개나 된다. 불법사이트에서는 베팅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단순히 승패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선수의 서브에이스 횟수나 공격방법 등 미세한 부분까지 다 내기소재가 된다. 속공이나 백어택의 개수에 대해 베팅을 할 수도 있다. 배구의 경우 승패를 조작했다기보다 이 같은 방식의 베팅에 선수들이 가담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