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질서 흔드는 저축銀 특별법안 폐기하라
입력 2012-02-10 19:25
국회 정무위원회가 9일 법체계와 금융질서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부실 저축은행 피해자 지원 특별조치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은 2008년 9월 금융위기 이후 영업 정지된 18개 저축은행의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들에게 예금 보호 한도인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액과 후순위채 투자금의 55%가량을 보상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18개 저축은행의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는 8만2000여명으로, 추가 보상금은 1000억원을 웃돈다.
이 법안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피해가 발생한 다음에 법을 만들어 보상하는 소급 입법은 구성원간의 신뢰를 기초로 운영되는 법체계를 근본부터 훼손시킨다. 외환위기 당시 3년간 전액 보장하는 방법으로 예금보호제도의 예외를 허용했을 때에도 소급적용을 하지 않았다. 이 법안은 원리금 합계 5000만원까지 보장해주는 예금자보호법을 한순간에 무력화시킬 수 있다. 2002년 1월부터 10년간 유지돼 온 예금자보호법이 무너진다면 금융시장에 일대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후순위채는 발행기관이 망하면 투자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고위험 고수익 상품이다. 외환위기 때에도 후순위채 피해자는 구제대상에서 제외됐었다. 18개 저축은행 피해자 보상에 필요한 재원의 90% 이상을 정상 저축은행, 은행, 보험사 고객들이 낸 예금보험료로 충당하는 점도 큰 문제다. 허락 받지 않고 다른 고객 돈으로 피해 보상을 한다면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마저 있다.
특별조치법안은 예금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고, 자기책임 투자원칙에 어긋나며, 대다수의 국민과 일반 예금자에게 피해를 전가한다는 점에서 악법이다. 이러한 특별조치법이 시행되면 유사한 금융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뿐이다.
이 때문에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는 특별조치법안을 반드시 폐기해야 옳다. 그것이 입법기관인 국회의 정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입법권을 오·남용하면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고, 추상같은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