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나철수
입력 2012-02-10 17:55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0년 16대 총선 당시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부산 북강서을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이를 가슴 아파한 누리꾼들이 이때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었다. 우리나라 정치인 팬클럽 1호다. 12년이 지난 현재 노사모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팬클럽으로 변신했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2004년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위기에 빠진 당을 구하려 천막당사로 옮겼을 즈음 생겨났다. 회원은 20만 명으로 정치인 팬클럽 가운데 가장 많다.
이후 정치인 팬클럽은 유행처럼 번졌다. 새누리당 정몽준 이재오 의원, 민주통합당 손학규 정동영 의원, 통합진보당 노회찬 전 의원 그리고 17대 대선에 출마해 ‘결혼하면 1억원 지급’ 등 어이없는 공약을 내세웠던 허경영씨까지.
여기에 하나 더 보태지게 됐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팬클럽을 자처하며 9일 출범한 ‘나철수(나의 꿈, 철수의 꿈, 수많은 사람들의 꿈)’. 조만간 전국 조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사모·박사모와 나철수와는 차이가 있다. 전자의 구성 주체가 일반 대중인 반면 나철수는 정치인 출신과 교수 등 전문가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자의 경우 지지 대상이 대선 후보로 부상하기 이전에 창립됐으나, 나철수는 지지율이 오를 대로 오른 인물이 지지 대상이다.
때문에 정치적 목적을 위해 ‘안철수 마케팅’에 나선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나철수의 정해훈 공동대표가 옛 한나라당에 오래 몸담았던 경력이 알려지고, 정 대표가 “(창당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도 의심을 부추겼다. 안 교수 지지모임 트위터인 ‘안사랑’엔 “안 교수를 이용하려는 나철수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글이 올랐다. 온라인 상엔 “안 교수 덕을 보려고 만든 수꼴(수구꼴통) 조직” “기회주의자들”이라는 비난의 글도 보인다. 안 교수 측은 나철수에 대해 “안 교수와 무관하니, 개인들이 유무형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유의해주길 부탁한다”고 선을 그었다.
나철수가 과연 올 총선과 대선에서 노사모나 박사모와 겨룰 수 있는 조직으로 클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더 든다. 무엇보다 순수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