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관·박태호, 국가미래전략 논의 서울대 중견교수 스터디 모임서 특강

입력 2012-02-09 19:45


“5∼10년 이내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초당적 합의를 토대로 세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윤영관 서울대교수(전 외교통상부 장관)는 8일 서울대 미래창조공부모임이 초청한 특강에서 “김정일 사후 북한은 사실상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며 “그러나 북한은 집단지도체제 경험이 없기 때문에 권력내부 갈등의 소지가 있어서 체제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교수는 ‘향후 10년의 세계정치와 한반도 평화외교전략’이라는 주제로 가진 특강에서 “배급경제의 붕괴 등으로 북한정부의 주민통제가 약해지고 있는 데다 대기근, 자연재해 등이 겹쳐지면 5∼10년 이내에 급변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대규모 난민 등 여러 급변사태를 상정한 세밀한 비상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안보에 관한 한 초당적 합의가 있어야 (북한에서) 촌각을 다투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여론이 분열되지 않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며 “보수와 진보가 서로 상대 진영의 대북정책을 ‘퍼주기다’, ‘호전적이다’라고 비난할 게 아니라, 양측을 수렴하는 ‘원칙 있는 포용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북한을 끌어안되 시장원리의 도입이나 핵문제의 전향적 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을 담을 경우 진보와 보수 모두 지지할 것이라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한반도의 통일에 대비한 기본 전략으로 한·미동맹을 기본 자산으로 삼되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는 등 주변국과의 관계정립이 필수적이라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로 국경지대에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으며, 중국 내 조선족의 민족성을 자극하거나 기타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요구를 촉발시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동맹이 중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중국에 심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한반도를 관통할 가스관과 고속철도 연장 등에 따른 경제적 득실을 따져볼 러시아를 통일우호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에 이어 ‘FTA 정책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특강에 나선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은 “우리나라가 지난해 달성한 무역 1조 달러 규모 중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가 간 발생한 거래 비중이 24.6%였다”며 “이를 장기적으로 80%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 본부장은 “한·미 FTA가 발효되고, 한·중 FTA, 한·중·일 FTA가 각각 체결되면 한국이 세계 주요시장과 모두 FTA를 맺는 동아시아 유일국가가 된다”며 “한국이 글로벌 FTA 허브를 구축하게 되면 중국 진출을 노리는 미국과 유럽 기업을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고, 미국과 EU시장 진입 시 관세 면제 혜택을 노리는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의 기업들이 역시 한국을 찾게 돼 고용창출과 외국인직접투자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공부모임은 서울대 내 중견교수들이 모여 국가미래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해 결성한 스터디그룹이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강태진 전 공대학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내외 환경이 요동치고 있어서 미래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지만 ‘10년 후 한국’이라는 주제를 갖고 1∼2개월에 한 번씩 모임을 열어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전문가 초청 특강과 토론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석운 기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