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아, 옛날이여”… 노사, 경기악화로 ‘징검다리 휴가’ 폐지 합의

입력 2012-02-09 19:24

스페인의 한 호텔체인업체에서 일하는 직장여성 타티아나 레스트레포는 최근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가 전격 합의한 내용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그는 연초만 되면 남편과 함께 달력을 보고 징검다리 휴가(푸엔테스) 날짜를 계획했으나 이젠 이런 꿈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노사는 최근 국가 재정위기 여파로 침체해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휴일을 미국처럼 월요일로 고정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 이유는 공휴일이 주중에 있을 경우 장기간 징검다리 휴가를 사용하는 직장인들이 너무 많아 노동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것. 스페인 직장인의 유급휴가는 최소 22일까지 보장되는데 레스트레포의 경우 지난해 8월과 크리스마스 때 법적으로 허용된 유급휴가 36일을 공휴일과 주말까지 합쳐 무려 50일 이상을 쉬었다.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도 지난해 말 취임 일성으로 “근로자들의 권리가 경쟁력과 양립할 수 있도록 ‘근무달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노사합의에 대해 스페인 관광업계 반발이 거세다. 스페인 관광산업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의 10%로 3%에 불과한 미국에 비해 비중이 큰 데다 고용 인력의 10%가 관광산업 종사자라는 점을 든다.

한 여행업계 종사자는 “이런 현실을 간과한 채 정부가 유럽연합에 스페인인들이 더 많이 일하고 덜 쓴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아부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