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아내에게 기대할 건 없나… BBC, 권위주의적 남편 맞섰던 영부인 소개

입력 2012-02-09 19:24

시리아의 퍼스트레이디 아스마 알 아사드(36)는 최근 남편 편을 들었다가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대에 무차별적인 학살을 자행하고 있는데도 “남편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시리아에서는 민주화 시위 이후 7000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영국 언론들은 이 과정에서 영국에서 태어나 자라고 공부한 아스마가 모종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해 왔다.

하지만 그녀는 시위가 시작된 지 거의 1년 만인 지난 7일(현지시간) 더 타임스에 보낸 짧은 이메일에서 “대통령은 특정 분파가 아닌 시리아 전체의 대통령이며 그러한 역할을 하는 남편을 지지한다”고 밝혀 영국인들을 실망시켰다. 영국의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의 라임 알라프 연구원은 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그녀를 비난할 수 있는가. 설혹 그녀가 현재 일어나는 상황이 불쾌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권위주의적인 남편에 맞섰던 용감한 퍼스트레이디도 있다고 BBC는 소개했다.

페루의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아내 수산나 히구치는 1990년대 초반 남편을 ‘폭군(tyrant)’이라고 비난했다가 이혼을 당했다. 히구치는 이후 야당에 입당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젤크 보에스텐 박사는 “용기 있는 일이었지만 군부를 등에 업은 그녀의 남편이 정치적으로 훨씬 강했다”며 “히구치가 잠시 페미니스트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이는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매우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이와 달리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폭군 로버트 무가베의 부인 샐리 무가베는 남편을 달래고 사리 있게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샐리가 1992년 질병으로 숨진 뒤 두 번째 부인이 된 그레이스는 사치스런 생활에 빠지면서 무가베를 제어하는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권좌에서 물러난 뒤 반인륜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진 코트디부아르의 로랑 그바그보의 아내 시몬 그바그보는 남편보다 오히려 한술 더 떠 폭압을 휘둘렀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