깅그리치·샌토럼 “내가 진정한 보수 적자”… 美 공화경선, 反롬니 단일후보 싸고 각축
입력 2012-02-09 19:23
‘어제의 샌토럼이 아니다.’ ‘그래도 보수의 적자는 깅그리치다.’
미국 공화당 경선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대세론, 롬니-깅그리치의 양강구도론에 이어 샌토럼과 깅그리치의 보수 적자 논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 7일 미네소타 미주리 콜로라도주 3곳 경선에서 샌토럼이 승리한 뒤 공화당 내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현상이다. 샌토럼이 첫 경선(아이오와)에서 1위를 한 이후, 사실상 꼴찌를 맴돌다가 3곳 경선 동시 승리로 기사회생하면서 이제 공화당의 관심은 누가 반(反)롬니 단일후보가 되느냐에 모아지고 있다.
최약체로 평가받던 샌토럼이 세 곳에서 동시 승리를 거머쥔 이유는 우선 낙태 반대 등 보수 본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확실한 공약으로 공화당 주류 유권자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조직이나 자금에서 약세인 그는 롬니와 깅그리치 캠프의 무차별적인 네거티브 공방에 끼어들지도 않았고, 공격을 받지도 않았다. 네거티브 공방은 양측의 지지율을 서로 갉아먹었고, 샌토럼은 반사 이익을 얻었다고 일부 언론들이 분석했다.
샌토럼이 재부상하면서 가장 긴장한 이는 깅그리치다. 반 롬니 단일후보론을 놓고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깅그리치는 보수 세력 내의 반 롬니 정서에 기대면서 자신이 ‘보수 적자’임을 내세우는 전략을 썼다.
하지만 이번 3곳 동시 경선에서 강경 보수 세력들은 샌토럼의 손을 들어줬다. 샌토럼은 승리 직후 연설에서 “롬니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다를 바 없다”면서 “보수 진영의 진정한 대안은 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각에서는 깅그리치가 보수 세력 내 지지기반을 잃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공화당 유권자의 20% 이상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어 공화당 주자 간 헐뜯기 싸움으로 오바마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성향의 뉴스사이트 월드뉴스넷닷컴이 1∼3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롬니, 깅그리치, 샌토럼이 오바마와 본선 대결을 펼칠 경우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8일 보도했다. 퀴니피액 대학이 버지니아 유권자(1544명)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오바마는 47%를 얻어, 롬니(43%)를 앞섰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