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에 군사적 옵션 검토… “사태 악화로 외교적 해법 소진” 무력사용 분위기 고조

입력 2012-02-09 19:23

시리아 사태를 보는 미국의 시각이 바뀌고 있다. 반정부 세력에 대한 무자비한 유혈 학살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해법을 모색하던 미국이 마침내 시리아 내에서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내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 한 관리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유혈 학살극을 멈추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가 군대를 보내거나 반정부 세력의 무장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의 일간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리는 “백악관을 중심으로 한 모든 외교적 옵션이 소진되면 미 의회의 관심은 현재의 외교 중심에서 더 강력한 행동으로 옮겨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미 국방부 중앙지휘부는 ‘행동 범위’라고 불리는 현지에서의 군사력 사용 가능성에 대한 내부 사전 검토에 들어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워싱턴의 한 유력 인사는 이 신문에 “정책결정자들은 아직 돌아올 수 없는 선택을 결정하지 않고 있지만 더 이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기 전까지 얼마나 현 상태를 유지할지 의문”이라며 “단연코 군사력 사용을 원하는 것은 아니고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분위기가 점점 증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외교 전술은 거의 고갈됐다”고 주장하는 등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반군세력을 무장하는 방안을 고려하라는 요청이 제기되고 있고, 프린스턴대 정치국제학부 앤 매리 슬로터 교수도 “내전 상태가 길어질 수 있겠지만 정부군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반군 세력에 공급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CNN은 보도했다.

그동안 군사개입 대신 제재조치를 선호했던 미국이 스탠스를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아사드 정권의 퇴진을 촉구하고 유혈 사태를 중단시키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이 러시아와 중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면서 마땅한 대안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압박에도 시리아 정부가 반정부 거점도시인 홈스에 대한 폭격을 계속하며 학살을 멈추지 않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점도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유혈 진압 닷새째인 8일에도 정부군이 탱크를 앞세우며 로켓포와 박격포를 발사, 홈스에서만 50명이 숨지고 시리아 전역에서 최소 62명이 사망했다고 시리아 인권단체들은 전했다.

특히 의료진은 물론 유아들에게도 무차별 사격을 했으며, 집을 떠나 도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저격수들이 조준 사격을 하는 등 ‘가공할 만한 폭력성’을 보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서방 언론에 전했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