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 사퇴] 박희태, 사상 첫 사법처리 국회의장?

입력 2012-02-09 19:06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을 받아온 박희태 국회의장이 24년의 정치인생을 비참하게 마감하게 됐다. 검찰 수사와 관련해 중도에 물러나는 첫 국회의장이라는 오욕을 남긴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입법부 수장이 사법 처리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선을 한 박 의장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의 ‘산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노태우 대통령 집권 첫해 민주정의당 공천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민주자유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등으로 차례로 간판을 바꿔단 보수여당에서 항상 노른자 역할을 맡았다.

4년3개월의 당 대변인 시절 ‘촌철살인(寸鐵殺人)’ 논평으로 유명했고 97년 원내총무 시절에는 여야 합의로 대선전에 TV토론을 도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로 한 달이라는 가장 짧은 재임기간을 기록하며 법무부 장관직에서 낙마했을 때도 입양한 딸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뒤늦게 알려져 비난보다 칭찬을 더 많이 받았다.

2007년 대선후보 당내 경선 당시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을 꺾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며 전국에 ‘이명박 돌

풍’을 일으켰다. 결국 이 바람은 대선 본선 승리와 이듬해 총선의 한나라당 압승을 낳았다. 18대 총선 당시 공천에서 탈락하는 시련을 겪었지만 이내 당 대표로 선출되며 만회했고 2009년 10·28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에 재진입했다.

이처럼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의 발목은 결국 2008년 전당대회가 잡아버렸다. 정치권에서는 국회의장·청와대 수석의 동시 검찰출두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 비서 고명진씨의 박 의장과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 관련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9일 한종태 국회 대변인을 통해 회한이 담긴 사퇴문을 내놨다. 과거 대변인 시절 내놓았던 “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명(名)논평의 덫에 걸린 셈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