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꺾기’… 서민·中企는 서럽다

입력 2012-02-09 21:47


연간 수조원의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둔 일부 시중은행들이 ‘꺾기’(구속성 예금) 영업을 빈번히 해 서민 및 중소기업 고객에게 부담을 가중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정작 이들 은행은 경기불황기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 대출비중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이는 등 ‘비올 때에 우산을 뺏는’ 식의 영업을 해와 비난을 받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은 9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인용, 지난해 7개 시중은행이 모두 773건의 ‘꺾기’를 해왔다고 밝혔다. 꺾기란 은행이 소비자에게 대출하면서 반강제적으로 다른 상품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를 말한다.

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은행이 600건에 135억 3500만원의 꺾기 행위를 적발당했으며 이어 SC은행(78건·24억1400만원), 기업은행(73건·6억1200만원), 하나은행(67건 3억5800만원), 외환은행(12건·1억1900만원) 등의 순이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이런 꺾기 행위로 지난해에는 기관경고와 과태료가 부과됐고 임직원 문책까지 받았다고 연맹은 설명했다.

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서민과 중소영세기업들을 주로 영업대상으로 하고 있는 국민, 기업, 하나 은행 등이 꺾기를 많이 한 것은 서민에게 고통이 되는 대출조건으로 과도한 부담을 주는 등 부당하게 영업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측은 시중은행 중 2011년 종합검사 결과가 나온 곳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발 건수가 많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전산 시스템을 정비해 구속성 예금 강요를 방지하고 있어 지난해 8월부터는 꺾기 행위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대출에 있어서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7년 1월 말 전체 은행 기업대출에서 중소기업 비중은 88.8%였으나, 지난해 11월 말에는 78.7%로 뚝 떨어졌다. 이는 2007년부터 한은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을 집계한 이래 최저 수준이다. 반대로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2%에서 21.3%로 배 가까이 늘었다.

대출금리에 있어서도 2009년에는 대기업 신규 대출금리가 5.61%, 중소기업이 5.65%로 금리 차이가 크지 않았으나 2010년 말에는 그 차이가 0.43% 포인트, 지난해 말에는 0.57% 포인트까지 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부실채권 급증으로 홍역을 치렀던 은행들이 안전 위주의 대출에 치중한 탓에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서민과 중소기업에 박한 영업을 해온 이들 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조사결과 지난해 순이익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융회사는 신한·KB·우리·하나 금융지주와 기업·외환 은행 등 6곳이다. 신한금융은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3조원을 넘는 순이익을 올렸으며 KB, 우리금융은 순이익이 2조원을 넘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