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0% 뛴 해외명품들 가격 줄줄이 올리니 수입 화장품·담배도 줄인상 ‘배짱’
입력 2012-02-09 21:52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명품은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백화점 명품매출은 20%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명품업체들은 이러한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사랑’에 힘입어 연초부터 가격을 줄줄이 올리면서 정부 압력 때문에 가격을 올리고 싶어도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 국내업체들과 대조를 보이고 있다.
9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신세계와 현대, 롯데 등 국내 3대 백화점의 지난해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19.8% 급증했다. 2009년의 명품 매출 증가율 15.7%, 2010년의 12.4%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백화점 전체 매출 증가율인 8.9%보다 배 이상 높은 증가율이다.
루이비통, 구찌, 티파니, 샤넬, 에르메스 등 외국 유명 고가 브랜드인 명품 매출은 지난해 백화점 상품군별 증가율에서도 단연 1위였다.
나머지 상품군의 매출 증가율을 보면 아동·스포츠 12.4%, 가정용품 10.5%, 여성캐주얼 8.3%, 잡화 7.2%, 남성의류 5.6%, 여성정장 1.7% 등 순이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12월 결산 상장사 중 신세계 등 유통업체 7곳의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평균 21%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백화점 매출신장은 명품소비 증가 덕이 크다”며 “지난해 4월 신세계 인천점이 1층 전체를 명품 매장으로 전환했는데 백화점 전체 매출이 전월보다 20% 이상 성장했다”고 전했다.
해외 명품업체들에게 국내 소비자는 ‘봉’이다. 가격을 올려도 수요가 여전하다 보니 배짱 인상을 서슴지 않는다. 국내 백화점들은 입점 수수료를 거의 면제해주면서 해외 명품 모시기에 혈안이다. 국내 업체들엔 서슬퍼런 압박으로 가격을 못 올리게 하는 정부도 해외 브랜드들의 가격인상에 대해선 속수무책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에르메스가 지난달부터 국내 판매가격을 평균 5% 올린 데 이어 같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샤넬은 이달부터 국내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불가리도 지난달 말 시계·보석류 가격을 평균 5% 인상했고,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 역시 이달 중순부터 국내 판매가격을 10∼15% 올릴 계획이다. 수입 화장품 가격도 줄줄이 오르고 있다. 라프레리·랑콤 등이 지난달 가격을 4∼10% 올린 데 이어 SK-Ⅱ·비오템·슈에무라·키엘 등은 이달 중 제품 판매가를 2∼10% 올린다. 에스티로더·바비브라운 등도 다음 달 2∼14%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다국적 담배회사들도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말보로’ 등을 수입·판매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는 10일부터 평균 제품가격을 6.79% 인상하기로 했다. ‘던힐’의 BAT코리아와 ‘마일드세븐’의 JTI코리아도 주요 제품가격을 200원씩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가격인상을 발표했다가 정부 압력 때문에 다시 철회하기도 했지만 해외업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격을 올리고 있어 국내외 제품 가격구조가 왜곡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