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울링’ 주연 송강호, 9년만에 형사연기… “이번엔 못난 보통사람역이죠”

입력 2012-02-09 18:08


영화배우 송강호(45)는 ‘생활 연기의 달인’으로 불린다. 어떤 작품, 어떤 상황에서도 능수능란한 캐릭터로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니라 일상 중에 살아 숨쉬는 듯한 그의 연기는 ‘초록물고기’의 양아치, ‘반칙왕’의 레슬러, ‘공동경비구역 JSA’의 북한 병사, ‘괴물’의 평범한 시민 등 일련의 배역에서 빛났다.

소시민의 이미지로 다양한 인물을 연기한 그가 의문의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영화 ‘하울링’에서 강력계 만년 형사 조상길 역을 맡았다. ‘살인의 추억’(2003) 이후 9년 만에 형사로 돌아온 것이다. 8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아침부터 계속된 언론과의 릴레이 인터뷰에 지칠 법도 한데 영화 속 캐릭터처럼 친숙하면서도 서글서글한 표정으로 웃음 지었다.

“시사회 후 어떤 질문을 많이 받느냐”는 물음에 그는 “이 영화에 출연한 계기가 뭐냐, 여형사 역을 맡은 이나영과의 호흡은 어땠느냐는 것”이라고 답했다. “장르는 형사물이지만 스타일이나 주제의식에서 독특한 지점에 있는 참신한 작품이라는 점에 끌렸어요. 이나영과는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후배 관계로 팀워크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송강호는 ‘의형제’에서, 이나영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강동원과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는 “지금 강동원이 군복무 중이니까 하는 말이지만 이나영과 파트너가 되는 것이 훨씬 좋았다”며 웃었다. “농담이고요. 사실 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비교하기는 어려워요. 이나영은 보기보다 강단이 있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배우로서 다시 보게 됐어요.”

일본 소설인 원작에는 여형사 비중이 크고 송강호 역할은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비중이 커졌다. 이에 대해 그는 “직장과 가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이지만 사회 곳곳에 묵인되고 있는 폭력성에 따스한 시선을 가진 인물”이라며 “제 역할이 커짐으로써 범죄 수사 드라마라는 무겁고 어두운 장르를 풍성하게 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9년 만에 맡은 형사 역할이 어떠했는지 묻자 그는 예상이라도 한 듯 거침없이 답했다. “차이점도 있고 겹치는 부분도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살인의 추억’ 박두만은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으로 떠들썩할 당시, 그 시대를 좇는 얼굴이라면 ‘하울링’의 조상길은 못났지만 현실적이고 개인적인 보통 사람이지요.”

동물이 나오는 영화는 흥행이 잘 안된다는 징크스 같은 게 있다. 이 영화에도 늑대개가 나온다. 그는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스펙터클한 장면은 없지만 늑대개를 통해 사회 이면의 부조리를 들추어내는 작품”이라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동물이 나와도 감동을 주고 재미도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함께 작업했던 박찬호 봉준호 감독과 이 영화를 연출한 유하 감독을 비교해달라는 주문에 그는 “유 감독은 현장 중심의 매우 섬세하고 감성적인 스타일”이라며 “이전에는 즉흥적으로 애드리브도 했는데, 이번에는 100% 대본대로 찍었다”고 소개했다. 그만큼 진정성이 있는 작품인 만큼 관객들이 영화의 참맛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그에게 연기와 배우는 무엇일까. “언젠가 문성근 선배가 한 말인데, 거대한 조직사회에서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감춰져 있는 다양한 얼굴들을 찾아내 보여주는 역할이라는 것에 공감합니다. 이를 통해 관객들이 감동을 받고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영화 ‘하울링’은

범죄 스릴러 드라마다. 그런데 범인은 늑대개다. 그 배후를 쫓는 중년의 형사와 정직한 신참 여형사의 콤비플레이가 ‘투캅스’ 등 남성 형사물에 길들여져 있는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긴다. 아들은 자꾸만 엇나가고 회사에서는 후배에게 밀려 승진도 못 하는 강력계 형사 상길과 승진에 목말라 있건만 지구대를 전전하는 여형사 은영이 한 팀이 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주인의 명령을 철저하게 이행하는 훈련견 늑대개의 연쇄살인을 통해 미성년자 성추행, 사회에 만연한 여성 비하, 복수가 복수를 낳는 비극의 연결고리 등을 폭발력 있게 보여준다. 하울링은 동물의 울부짖음을 뜻한다. ‘비열한 거리’(2004) ‘말죽거리 잔혹사’(2006) ‘쌍화점’(2008)을 연출한 유하 감독이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았다.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