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냉전시절 첩보전 소재, 스릴러 영화 공식 깨

입력 2012-02-09 18:08


첩보 영화의 공식은 액션과 스릴을 적당히 버무려가며 관객들을 휘어잡다 극적인 반전으로 통쾌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9일 개봉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는 이런 공식과는 거리가 멀다. 첩자를 다룬 스릴러 장르이지만 액션도 별로 없고 인물들의 역학관계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복잡하게 전개되던 스토리는 중반 이후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면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냉전체제가 드리워진 1970년대 초반. 영국 정보국 컨트롤(존 허트) 국장은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빈번해지자 내부에 소 등 해외 간첩이 있다고 여긴다. 특급요원에게 비밀업무를 맡기지만 헝가리에서 살해되고 만다. 사건을 지휘했던 컨트롤과 그의 최측근인 조지(게리 올드먼)는 자리에서 물러나고, 3인자였던 퍼시(토비 존스)가 국장으로 승진해 정보국을 이끈다.

무언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영국 정부는 조지에게 실제로 스파이가 내부에 있는지를 조사하라고 요청하고, 조지는 옛 동지들과 함께 사건 일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이 과정에서 소련 정보부의 수장과 조지가 벌이는 지략 대결이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오는 26일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이 작품으로 생애 처음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게리 올드먼의 연기가 압권이다.

영화는 영국 정보국 안에서 활동하던 소련의 이중간첩 킴 필비 사건을 토대로 1963년 소설가 존 르카레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팅커, 테일러, 솔저는 영화에서 소련 스파이로 의심받는 영국 정보국 고위 공직자의 암호명이다. 127분 동안 완급을 조절하며 실타래처럼 얽힌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웨덴 출신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