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구 획정, 민간 위원회에 넘겨라

입력 2012-02-09 17:45

4·11 총선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야가 총선에 나설 후보자 공모 작업을 진행 중인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여야의 당리당략에 발목이 잡혀 아직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짓지 못한 탓이다. 정개특위 여야 간사는 그제도 회의를 가졌으나 각 당의 이해관계가 충돌해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에 이어 민주통합당도 어제부터 후보자 공모를 시작했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1600여 명의 입후보 예정자들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 있는 오는 16일 선거구 획정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의결되면 여야는 조정된 지역구를 대상으로 후보자를 재공모해야 하고, 일부 예비후보들은 새 선거구에 다시 등록해야 할 처지다.

새누리당은 경기 파주와 강원 원주를 분구하고, 세종시를 단독 지역구로 신설하는 대신 비례대표 3석을 줄이자는 입장이다. 민주통합당은 새누리당이 제시한 3개 지역구 신설 외에 경기 용인 기흥에도 선거구를 새로 만들고, 영남 3곳과 호남 1곳을 줄이는 안을 고수하고 있다.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선거구 획정위원회가 지난해 11월 정개특위에 제출한 ‘8곳 분구, 5곳 통폐합’ 안과 거리가 먼 방안들이다. 새누리당은 선거구 획정위의 ‘5곳 통폐합’을 거부하고 있고,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강세인 영남에서 3곳을 없애자고 주장한다. 여야가 잇속을 챙기느라 혈안인 것이다.

선거인 명부 작성이 선거구 획정 이전에 개시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도 벌어지게 됐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재외국민 선거를 위해 11일까지 국외 부재자 선거인 명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여야는 2000년 16대 총선 때부터 2월에 선거구를 획정했다. 새해 예산안처럼 선거구 획정을 마감 직전에 졸속으로 매듭지어 온 게 관행처럼 굳어져버린 것이다. 이를 뜯어고칠 때가 됐다. 선거구 획정 권한을 정개특위에서 민간인으로 구성된 중립적인 선거구 획정위원회에 일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거구 획정 시한을 총선 5개월 전까지로 분명하게 명시하는 것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