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익에 반하는 선동은 국민이 심판해야
입력 2012-02-09 17:44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8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폐기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미 대사관에 전달했다.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양당 소속 의원 96명의 명의로 된 서한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상·하원의장에게 보냈다.
민주당은 서한에서 “우리가 다음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다면 한·미 FTA 폐기를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이 협정은 24.5조 2항에 따라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비준한 양국 중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협정 종료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후 자동 폐기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독소조항으로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 개성공단 원산지 문제 등 10개 항목을 나열했다. 그러나 10개 항목 가운데 자동차 세이프가드를 제외한 9개는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체결한 협정문에 들어 있다. 노 정부에서 총리(한명숙), 장관(정세균·천정배), 당의장(정동영)을 지내면서 한·미 FTA를 적극 지지하던 이들이 폐기 대열의 선두에 선 것은 ‘자기 부정’의 결정판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노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의 직언을 귀담아들어야 한다. 김 교수는 “ISD 등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 대응하면 문제 많은 신자유주의 질서도 우리 미래에 꽤 좋은 판이 될 수 있다. FTA는 세계의 흐름을 감안한 어쩔 수 없는 도전”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외국과 맺은 조약을 한 번도 폐기한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한·미간에 적법 절차를 거쳐 처리한 협정을 일방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은 아주 심각한 문제다. 자칫 미국과의 혈맹관계를 틀어지게 할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뢰도를 크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등이 우방을 ‘협박’하는 것은 국익에 배치되고 국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래도 국익에 반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면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