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박병권] 불평등의 진정한 해법
입력 2012-02-09 17:45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에서도 불평등 문제가 최근 주요 이슈로 제기돼 있다. 양쪽 모두 대선이 예정된 해라서 그런지 빈부격차 문제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유사 이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많은 이론이 제시됐지만 실현된 적은 없다. 만인이 아무 불만 없는 유토피아란 현실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리라.
우리의 경우 2010년 지니계수가 0.288로 2009년의 0.294, 2008년의 0.296보다 낮아 소득분배의 불균형성은 점점 감소추세에 있다. 0∼1 사이의 값을 갖는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정도가 낮으며 1에 가까울수록 높게 나타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0.4이상의 값을 가진 나라를 일반적으로 불평등이 심한 나라로 치고 있다.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세제개혁이다. 부자들에게 세금을 많이 걷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루 돌아가게 하는 정책을 펼 경우 평등지수가 높아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근거한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새해 국정연설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그가 재선될 경우 부자증세가 실현될 것이 확실해 미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강력히 태클을 걸고 있다.
섣부른 정치적 접근 금물
선거를 앞둔 우리 정당들도 은근히 이 생각에 동조하는 것 같다. 자신이 가난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많은데다 표 값은 둘 다 같으니 이왕이면 부자들에게 돈을 많이 걷자고 주장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음직하다. 그렇지만 경제적 성공을 이룬 국가 가운데 직접세율을 인상해 비약적 발전을 한 나라는 매우 드물다.
무엇보다 소득 상위계층에 과도한 세금부담을 줄 경우 소비가 줄어들어 성장 동력을 잃을 우려가 크다. 성장을 못하면 분배하려고 해도 분배할 것이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부자세의 대명사처럼 돼버린 버핏세 도입을 주장하는 경제전문가들도 경제성장이 불평등해소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과도한 조세부담을 피하기 위해 세적을 옮기는 개인이나 기업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애국심 많은 우리 국민과 기업이 실제 행동에 옮기지는 않겠지만 사람의 마음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 따라서 부자증세는 자칫 공동체에 갈등만 부추길 소지가 높다. 더욱이 우리의 경우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문제를 정치적으로 접근하려는 자세부터 지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표 얻기에 정신 팔린 정치인들이 공약을 남발해 정부 돈을 이리저리 나눠주다 3류 국가로 전락한 나라가 한둘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역사가 증명하고 있는 사실이다. 경제문제는 어디까지나 경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소유가 없으면 정의도 없다”
장 자크 루소는 ‘인간불평등기원론’이란 짧은 논문을 통해 사유재산이 불평등의 원인이며, 국가는 그 빈부의 차를 합법화시킨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절망적인 명제이긴 하나 그는 ‘인간의 선한 마음’에 의해 이를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사회계약론의 시초가 된 것이다.
결국 국가는 보다 많은 부 창출을 위해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가진 것이 없는 사람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정교한 정책을 내놓는 것만이 불평등의 진정한 해법이 될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하이에크가 인용한 ‘소유가 없는 곳에는 정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 기억됐으면 싶다.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