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눈에 비친 독특·절묘한 도시기행… ‘예술가가 여행하는 법’
입력 2012-02-09 18:01
데이비드 번 (바다출판사·2만2000원)
올해 59세인 저자는 미국 뉴웨이브 음악을 대표하는 밴드 ‘토킹 헤즈’의 리드 싱어였다. 그는 자전거가 주는 해방감이 좋아 순회공연을 갈 때도 자전거를 꼭 가져갔다고 한다. 자동차 친화적인 국가인 미국에서 자전거 친화적인 삶을 영위하려는 그의 취미 자체가 반항적인 측면이 있다 할 것이다.
1991년 밴드 해체 후에도 그는 자전거를 타고 세계의 도시 구석구석을 탐색하면서 도시의 내적인 일상과 도시인의 숨겨진 욕망을 읽어낸다. 그가 들린 도시에 대한 인상기는 독특하다 못해 절묘하다. 예컨대 그는 마닐라에서 이런 인상을 받는다. “정치는 밀실 거래, 이데올로기, 입법 활동의 결과이기도 하지만 길거리, 냄새, 에로티시즘의 구성 요소와 단조로운 일상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따금 이것들은 아주 명백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필리핀은 가톨릭 국가지만 수도인 마닐라에서 멀리 떨어진 크고 작은 섬들은 애니미즘에 뿌리를 두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이스탄불, 샌프란시스코, 런던에서는 음악인과 예술가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으며, 베를린 등에서는 정치와 예술에 대하여 들려준다. 코즈모폴리턴으로서의 시적인 문장이 감칠맛을 더한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