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지방관 최부의 ‘표류기’ 따라 중국 답사… ‘명대의 운하길을 걷다’

입력 2012-02-09 18:01


서인범 (한길사·2만원)

조선 성종 때 제주도 지방관인 최부(1454∼1504)는 부친상을 당해 고향(전남 나주)으로 가던 길에 풍랑을 만나 중국에 표류했다. 그는 항저우에서 베이징을 거쳐 한양으로 돌아오기까지 8800여리(3200㎞)에 이르는 여정 동안 겪은 일을 ‘표해록(漂海錄)’에 남겼다. ‘표해록’은 이탈리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 일본 엔닌의 ‘입당구법순례기’와 함께 3대 중국 기행문으로 꼽힌다.

동국대 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1999년, 은사로부터 ‘표해록’을 선물 받고는 3년 반에 걸친 역주 작업 끝에 2004년 완역했다. 이 과정에서 ‘표해록’에 나오는 길과 명대(明代)의 조운로(운하길)가 중첩된다는 사실에 흥미를 갖고 최부가 밟았던 루트대로 길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2009년, 배낭 하나 둘러매고 답사에 나섰다.

최부 일행이 고래를 보고 놀라는 장면, 도둑을 만나 죽을 뻔한 이야기 등 숱한 에피소드를 520여년 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파도가 너무 거세 죽을 위기에 처하자 일행이 용신에게 제사를 지내자고 했지만 국가가 용인하지 않는 신에게는 절대 제사를 지낼 수 없다고 반대한 최부의 꿋꿋한 성품도 살펴볼 수 있다.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