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을 위한 알기 쉬운 기독교 (22)
입력 2012-02-09 18:17
교회당의 십자가와 촛불에 대하여
■ 교회당의 제단 위에 십자가를 걸어놓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 제단에 촛불을 켜는 이유는 무엇이며, 촛불은 예배시간에만 켜는 것입니까? 아니면 항상 켜 놓아야 합니까?
■ 어떤 교회는 촛불을 켜고, 어떤 교회는 촛불모양의 전기를 켜는데, 어떤 것이 맞습니까?
십자가는 인류 죄를 짊어진 예수님 상징 촛불은 그 자리에 하나님의 임재를 의미
교회 강단의 구성요소
교회당 내 강단에는 구약시대 희생제사와 유대교의 설교전승,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으심과 부활을 기념하는 기독교전승이 함축되어 있습니다. 제단은 구약시대 희생제사의 유산입니다. 구약시대에는 제단에 희생제물을 바쳤는데, 소, 양, 비둘기 등을 번제물로 바치는 희생제사는 개인적·집단적 죄의 용서를 위한 제사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신 후 그러한 희생제사는 더 이상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제단 위에 십자가를 걸어 놓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온 인류의 죄를 대신 지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유일회적 제물이 되셨음을 상징합니다.
성서봉독대(흔히 사회대로 알려져 있음)와 설교단(pulpit)은 중간사 시대에 태동한 유대교로부터 전승되었습니다. 기독교가 유대교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은 실로 막대한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성경봉독과 설교입니다. 오늘날 기독교의 설교전통은 구약시대의 예언자 전승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예배의 맥락에서 성경을 봉독하고 봉독된 성경말씀을 풀어서 설교하는 전통은 유대교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유대교의 성직자인 랍비는 율법과 이스라엘 역사와 전통은 물론이고, 당시 헬라철학의 영향을 받아 논리학과 수사학을 공부했으며, 따라서 회당예배는 설교(homily)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교회의 설교단은 유대교 회당으로부터 전승된 요소입니다.
성찬상은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기념하는, 초대교회로부터 전승되어온 기독교만의 유산입니다. 성찬은 나사렛 예수를 우리의 구세주로 믿고, 그분의 죽음을 우리의 죄를 대신한 대속적 죽음으로 믿으며, 우리도 그분의 부활의 생명에 동참할 것을 믿고 고백하는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유대교에도 유월절 성만찬이 있었고, 초대교회가 그 형식을 전수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초기 그리스도 공동체는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여 매주일 성찬예배를 드림으로 유대교와의 차별성을 부각시켰던 것입니다.
교회당에 촛불은 왜 켜는가?
촛불은 기독교에서부터 샤머니즘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종교의식에서 중요한 상징물로 사용됩니다. 그리고 각 종교에 따라 그 의미부여가 조금씩은 다를 것입니다. 기독교에서 예배시간에 촛불을 밝히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첫째로, 하나님의 임재(臨在)의 상징입니다. 하나님께서 지금 성령의 모습으로 이 자리에 와 계신다는 임재신앙이 촛불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 불은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이었습니다. 하나님이 모세에게 나타나실 때 가시떨기 나무의 불꽃 가운데서 나타나셨습니다(출 3:2). 갈멜산 위에서 엘리야가 제사드릴 때 하나님은 불로 응답하셨습니다(왕상 18:38). 그리고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 때에 성령이 ‘불의 혀’같은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행 2:3). 이처럼 성서에서 하나님의 임재는 불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기독교 전통에서 불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교회당에 촛불을 켜 놓는 것, 또는 예배를 시작할 때 촛불을 켜는 것은 하나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임재해 계시며 우리의 예배를 받으신다는 상징입니다.
둘째로, 예배자의 헌신의 상징입니다. 초는 자신을 태우면서 불을 밝히기 때문에 흔히 자기희생의 상징으로 사용됩니다. 마찬가지로, 예배드리는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침으로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것이 바른 예배의 정신입니다. 바울사도는 이렇게 권면했습니다. “여러분의 몸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실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십시오. 이것이 여러분이 드릴 합당한 예배입니다.”(롬 12:1)
셋째로, 진리를 밝힌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옛날부터 빛은 인생이 마땅히 나가야 할 길을 제시하는 진리의 상징이었습니다. 특히 기독교에서 제단 위에 성경책을 펴놓고 그 옆에 촛불을 켜놓는 것은 말씀을 밝혀서 진리의 길을 비춘다는 뜻입니다. “주의 말씀은 내 발의 등불이요, 내 길의 빛입니다.”(시 119:105)
넷째로, 어둠의 세력을 몰아낸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은 쫓겨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어둠·밤·죽음으로 상징되는 악마의 세력이 물러가고, 빛·소망·생명의 상징인 그리스도의 세계가 펼쳐짐을 상징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세력을 이기고 부활하신 시간은 이른 새벽이었습니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는 ‘광명한 새벽별’(계 22:16)이 되어 모든 인류와 역사의 소망이 되셨습니다. 따라서 예배시간에 촛불을 밝히는 것은 그리스도께서 어둠의 세력을 이기신 ‘부활신앙’과도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성전에는 항상 촛불이 켜져 있어야 합니다. 교회당은 예배시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개인적으로 찾아가 기도드릴 수 있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면, 당연히 항상 촛불이 꺼지지 않아야 하겠지요. 그러나 대부분의 교회들이 관리 편의상 예배시간에만 촛불을 켜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촛대의 숫자는 요한계시록에 근거하여 일곱 촛대(계 2:1) 또는 두 개의 촛대(계 11:4)를 사용하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편리성을 추구하다보니 촛불모양의 전기시스템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가능하면 촛불을 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강영선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