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회계법인과 5년 이상 100대 기업 중 44곳 계약 유지

입력 2012-02-08 19:20

한 회계법인과 장기 회계감사 계약을 맺는 대기업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인과 피감사인의 관계가 오래 지속될 경우 자칫 유착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업회계 부실감사 가능성이 우려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1 회계연도 기준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44곳이 같은 회계법인과 5년 이상 계약을 맺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화학 등 11개 기업은 2002 회계연도 이후 10년 동안 동일한 회계법인을 감사인으로 유지해 왔다. 이뿐 아니라 국내 100대 기업의 감사인은 모두 4대 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연구소 연구원은 “한 회계법인이 특정 기업의 감사인을 오래 맡게 되면 유착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장기계약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감사인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은 논란 끝에 2006년 기업과 회계법인 간 유착을 막자는 차원에서 장기감사인 교체 제도를 담고 있었으나 2010년 이 제도가 슬그머니 폐지됐다. 채 연구원은 “감사인과 피감사인의 유착을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장기 감사인 교체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감사인·피감사인의 유착 염려보다 감사인의 잦은 교체가 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낮춰 분식·오류를 발견하지 못할 확률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감사의 투명성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100대 기업의 감사인이 모두 삼일, 삼정, 안진, 한영 등 이른바 회계법인 빅4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장기감사인 교체제도가 대형 회계법인의 수익감소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조용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