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없는 살인’ 무죄… 고법 “살인 증거 불충분” ‘시신은닉’ 부분만 유죄

입력 2012-02-08 22:04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거액의 보험금을 받아 챙기려다가 붙잡혀 1심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시신 없는 살인사건’ 피의자가 항소심에서 살인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받았다.

부산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황적화)는 8일 살인, 사체은닉,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손모(41·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살인혐의에 대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고,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달리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조만간 대법원에 상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살인혐의에 대해 “피고인이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했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이 들지만 공소사실에 구체적인 범행방법이 적시돼 있지 않았다”며 “사망원인이 객관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타살을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증거재판주의 원칙과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 수는 없다’는 법 정신에 비춰 피고인에게 살해동기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불분명하거나 의문이 남아 있는 이상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일반적인 화장절차를 거쳤지만 피해자의 시신을 피고인이 자신의 시신으로 가장해 화장하는 바람에 유족에게 애도의 예를 표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유죄”라고 판시했다.

손씨는 2010년 5월부터 24억원 상당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뒤 같은 해 6월 중순 대구의 모 여성쉼터에서 소개받은 김모(26·여)씨를 부산으로 데려온 다음 날 새벽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한 뒤 자신이 숨진 것처럼 꾸몄다. 손씨는 이를 이용해 보험금 600만원을 타낸 데 이어 추가로 2억5000만원을 받으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손씨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고, 1심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