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승부조작] 국가대표 출신 등 2명 긴급체포 조사… KEPCO 소속 전현직 선수 3명·브로커 구속

입력 2012-02-09 00:18

지난해 불거진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에 이어 프로배구에서도 돈을 매개로 승부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검찰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대구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조호경)는 프로배구 경기 승부조작에 가담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등)로 돈을 받고 경기를 조작한 염모(30)씨 등 프로배구팀 KEPCO 소속 전·현직 선수 3명과 돈을 주고 승부조작을 부탁한 브로커 강모(29)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검찰은 또 이날 오후 KEPCO 주전 선수인 국가대표 출신 A씨와 신인왕 출신 B씨를 추가로 긴급 체포해 승부조작에 가담했는지를 캐고 있으며,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다른 브로커 한 명도 조사 중이다.

구속된 선수들 중 염씨 등 2명은 지난 리그까지 현역에서 뛰다 지난해 은퇴했고, 1명은 현역 선수이다.

검찰에 따르면 염씨는 소속팀에서 수비전문선수인 ‘리베로’ 포지션을 맡았다. 그는 2009~2010년 프로배구 V리그에서 브로커 강씨에게 경기당 수백만원의 사례금을 받고 최소 5~6경기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일부러 실수를 저질러 상대팀에 점수를 내주는 등의 수법으로 승부조작에 가담했다. 다른 선수들도 같은 리그에서 같은 방법으로 경기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씨는 평소 친분이 있는 염씨에게 승부조작을 시키고, 그 정보를 활용해 불법 사설 스포츠토토 도박사이트에 베팅해 거액의 수익금을 챙겼다는 것이다. 수익금 일부는 염씨 등에게 건네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도박사이트는 1회 베팅액이 10만원으로 제한된 스포츠토토와 달리 베팅액 제한이 없다.

검찰조사 결과 각자 다른 포지션을 맡은 이들은 따로 혹은 함께 4경기에서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현역 선수 4~5명이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들과 불법스포츠 도박사이트를 운영하거나 베팅 등에 관여한 브로커가 더 있다는 정황을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다른 팀에서도 승부조작 사건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나아가 지난해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처럼 브로커 배후에 폭력조직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