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스 대학살’ 전한 청년, 정부군 포탄 맞아 사망… 장례식 동영상 확산에 시리아 전역 애도물결
입력 2012-02-08 18:55
시리아의 서방 통신원 마자 타야라(24). 그의 필명은 ‘시리아의 오마르’였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던 학생 타야라는 지난해 4월, 반정부 시위가 막 시작됐을 때 자신이 무언가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아랍 혁명의 물결이 시리아에서 멈춰서는 안 됐다. 그는 시리아 반정부시위와 정부군의 유혈진압을 전 세계에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카메라를 새로 샀다. 그는 카메라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서방언론에 전달했다.
지난해 12월 정부군 탱크가 시위 거점도시인 홈스에 밀고 들어오는 장면을 세상에 처음으로 알린 것도 바로 그였다.
타야라는 AFP통신을 비롯해 영국 가디언, 독일 디 벨트,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 CNN의 통신원으로 활동해왔다. 카메라를 들고 시리아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시위현장을 누볐던 그가 지난 4일 새벽 홈스에서 정부군의 포탄 공격에 사망했다고 AF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의 장례식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면서 시리아 전역에서 애도 물결이 일고 있다.
그의 친구는 “타야라는 정부군의 홈스 두 번째 폭격이 시작되자 다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머리와 가슴, 다리에 포탄을 맞았고, 병원으로 옮겨진 후 3시간 만에 숨졌다”고 전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은 서방진영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시리아 제재결의안 통과를 주도하며 압박을 가하자 지난 3일 홈스 등에 대대적인 공격을 단행했다. 인권운동가들은 “타야라의 죽음을 몰고 온 그날 ‘대학살’이 벌어졌고 탱크와 박격포 공격으로 하루 동안 230여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목격자들은 이날 로켓탄이 하늘에서 몇 분 간격으로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헬리콥터와 전투기가 도시 상공을 맴돌았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타야라의 친구들은 페이스북에 그를 추모하는 페이지를 만들고, 그가 카메라를 들고 웃고 있는 사진 등을 올렸다. 그는 축구와 농구를 좋아했으며 특히 홈스의 축구팀인 알카라마의 열렬한 팬이었다. 카라마는 시리아어로 긍지를 뜻한다. 그가 시리아에서 원했던 것은 긍지였다. 평소 시리아인들이 덜 고단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의 장례식은 5일 홈스 오마르 빈 카타브 모스크에서 열렸다. 장례식에 참여한 시민들은 그의 시신을 운반하며 “아사드는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쳤다.
한편 미국은 수천 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며 최악의 유혈 참극을 빚고 있는 시리아에 대해 7일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아사드 대통령을 겨냥해 “당신의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경고했고, 미군은 무력개입 결정에 대비해 준비태세를 점검하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