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약사의 미아리 서신] 이웃과 함께하는 예배의 감격
입력 2012-02-08 18:17
추운 겨울입니다. 겨울은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무거운 계절이지요. 동네에 크고 작은 도난사고가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반찬가게를 하는 두꺼비 이모는 커다란 스테인레스 국솥을 찾겠다고 온 동네 고물상을 다 뒤지고 다녔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추운 날씨에 발 동동거리며 다닌 얼굴이 발갛게 얼어버린 이모에게 따스한 차 한 잔을 주었습니다.
어떻게 이 힘들고 깊은 겨울을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지난해 일 년 동안 해오던 사회복지학 공부를 마무리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을 드디어 취득했습니다. 무언가를 해냈다는 뿌듯함에 잠시 마음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제가 섬기는 한성교회는 성매매 집창촌으로 들어가는 골목입구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저희 교회의 문턱을 넘는 일은 참으로 어려울 것입니다. 지고 가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자신 외에는 어떤 것도 눈에 보이지 않고, 마음에 담지않고 사는 사람들을 이 동네에서 17년 동안 살며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주방에서 일하는 이모나 마담 일을 하는 이모들이 저희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는 일은 종종 있기도 하지만 아가씨로 일하는 친구들이 예배를 드리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사회복지관 실습을 해야 했던 작년에는 오전 9시 예배를 주로 드렸는데 참석하는 교인들이 적어서 교인들과의 교제가 적어 항상 아쉬웠지요. 11시 대예배를 드리는 요즘은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마음으로 안아주는 기쁨이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저처럼 넉넉하신 정계자 권사님을 두 팔 가득 벌려 안아드리고 뺨에 뽀뽀를 하면 환한 장미꽃처럼, 십대 소녀처럼 그렇게 환하게 웃으십니다. 곱게 웃는 눈이 매력적인 예쁜 김순남 집사는 저를 감동시킨 친구랍니다. 언젠가 같은 구역이 되어 함께 구역예배를 드리는데 본인 삶의 롤 모델이 저라고 이야기 하는데 얼마나 부끄러웠고 쑥스러웠는지 모릅니다. 저의 부족함은 누구보다 제가 잘 알기에….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드렸습니다.
얼마 전 대예배시간에는 제가 좋아하는 김은진 청년이 ‘신 사도행전’이라는 봉헌 찬송을 참으로 은혜롭게 불렀습니다. 그때 제 옆 옆자리에서 예배드리는 낯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디서 봤지? 곰곰 생각해보니 약국에 자주 오는, 이곳에서 일하는 친구였습니다. 순간 울컥하면서 왜 그리 눈물이 솟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친구가 이곳에서 겪고 있을 삶의 순간들이 제 머릿속을 지나면서 가슴 한쪽이 무너져 버렸던 것이지요.
특송이 끝나고 목사님의 설교시간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목사님 축도시간에 옆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 살짝 눈을 떠보니 그 친구가 성경책과 가방을 챙겨나가고 있었고, 저는 잘 가라는 눈인사와 다음 주에 또 보자는 손짓을 보냈습니다. 다음 주 예배시간에 이층으로 올라가 자리 잡고 앉으니 먼저 온 그녀가 환한 미소로 눈인사를 하였습니다. 제가 본 그녀는 참으로 예뻤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목사님 축도시간이 끝나고 모든 예배를 마치고 가방을 챙겨나가는 그녀에게 점심 먹고 가라고 하니 괜찮다고 하면서 총총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저희 교회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환한 얼굴로 찬송가를 부르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를 여기까지 이끄시고 계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녀를 향해 품고 계신 깊은 생각을 감히 제가 알 수는 없습니다. 제가 분명히 아는 진리를 그녀를 하나님 아버지께서 아주 많이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도 하나님 아버지를 온 몸과 마음을 바쳐 사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녀와 함께 오래오래 하나님 아버지를 만나고 싶습니다.
<서울 미아리 집창촌 입구 ‘건강한 약국’ 약사·하월곡동 한성교회 집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