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서민들] 살림이 얼었다… 민간소비 3년내 최저 수준

입력 2012-02-08 18:56


유례없는 2월 혹한이 몰아치는 가운데 민생도 꽁꽁 얼어붙었다. 한파로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지갑은 홀쭉해지고 있다. 지난해 초 나타났던 ‘한파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상승에 따른 물가인상)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속적인 불황으로 먹거리와 교육비도 줄이는 서민들의 내핍생활은 경제한파가 몰고온 가슴 아픈 풍경이다.

주부 김모(38)씨는 다음달부터 초등학생 딸이 다니던 영어학원 수강을 포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주변의 권유로 월 30여만원씩을 들여 학원에 보냈지만 이를 중단키로 한 것이다. 김씨는 “이달부터 초등학생 두 아이의 교육을 위해 회사를 다니지 않기로 하면서 남편 월급만으로 사교육비를 감당키 힘들어 이같이 결정했다”며 “논술 등 불필요한 사교육도 그만둘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럽위기와 내수경기 부진, 고물가에 따라 손에 쥐는 돈이 줄자 서민들이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민간소비수준은 3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으며 교육비 지출액도 36년 만에 처음 3분기 연속 감소했다.

8일 한국은행의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보면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보다 0.4% 줄었다. 2009년 1분기(-0.3%) 이후 처음 감소한 것이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4.2%) 이후 최저 수준이다. 소매 부문의 매출액 추이를 볼 수 있는 통계청의 소매액(소매판매액) 지수도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보다 2.2% 하락해 2008년 4분기(-4.1%)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특히 돈이 없어서 자식 교육비를 줄이거나 먹는 것을 삼가는 상황이 빈번해졌다.

한은의 ‘가계 목적별 최종소비지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국민들의 교육비 지출액은 8조4588억원으로 전분기(8조4804억원)보다 0.3% 감소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 내내 이어지면서 3분기 연속 전분기대비 지출액이 줄었다. 지금까지 3분기 연속 교육비 지출액이 줄어든 것은 1975년 2∼4분기 이후 36년 만에 처음이다. 식료품비 지출액도 지난해 3분기가 전분기보다 0.6% 감소했다.

올해에도 내수 부진의 골은 깊을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의 모니터링 결과 1월 백화점 매출은 4.2% 줄어 2008년 12월(-4.5%) 이후 37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1월 자동차 판매량은 19.9%나 줄었다. 2009년 1월(-24.1%) 이후 최저 증가율이자 지난해 10월(-8.8%) 이후 넉 달째 마이너스를 찍었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