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보금자리 철원 토교저수지 ‘얼음낚시’ 논란
입력 2012-02-08 19:07
두루미 등 법정보호종 철새의 보금자리인 강원도 철원 토교저수지에서 대규모 얼음낚시를 개최하려는 철원시와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철원군은 민간인 출입통제선 북쪽 관인면 양지리 토교저수지에서 오는 12일 서울낚시연합회가 주최하는 ‘생활체육 얼음낚시대회’를 허가했다고 8일 밝혔다. 참석 인원은 12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두루미네트워크는 “사람에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겨울 철새의 쉼터를 위협한다”며 “매년 1500여 마리씩 토교저수지를 찾는 철새가 떠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철원군은 “토종 어류를 멸종시키는 배스와 블루길과 같은 외래어종이 전체의 97%까지 늘어나 산란 전에 퇴치하기 위해 얼음낚시대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호조 철원군수는 “토교저수지 낚시행사는 두루미를 비롯해 철새에게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교저수지에서 발견되는 멸종위기종은 재두루미(천연기념물 203호), 두루미(〃 202호), 쇠기러기, 고니, 독수리 등 10여종이다. 특히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밤에 토교저수지에서 잠을 청하고, 독수리 떼는 낮에 저수지 제방에 모여서 쉰다. 조류전문가와 환경단체는 탐조객의 성지가 된 토교저수지에 낚시꾼이 몰리면 새들은 더 깊은 곳으로 숨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철원군은 오전 7시부터 낚시대회를 개최하려고 했으나 잠을 자는 철새에게 스트레스를 적게 주기 위해 1시간 늦춰 오전 8시부터 4시간 동안 열기로 했다. 주민소득을 높이고자 열리는 이 행사를 위해 철원군은 장소 승인과 민통선 출입을 지원했다.
생태지평은 8일 발표한 성명에서 “서울시 낚시연합회는 전문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얼음낚시대회를 강행할 태세”라며 “환경부가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난했다. 이어 “민통선 북쪽 철원평야는 두루미가 매년 300마리 이상 찾아오는 우리나라 최대 도래지”라며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2500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보호종이며, 그중 30%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낸다”고 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