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염성덕] 사자의 절제

입력 2012-02-08 18:28

사자는 대부분 무리 지어 사냥을 한다. 주로 암컷들이 사냥에 나서고 암컷만으로 상대방을 제어하기 힘들 때 수컷이 돕는다. 사냥에 성공하면 대가족이 몰려들어 식사를 한다. 힘에 눌리면 어쩔 수 없지만 웬만해서는 배 채울 때까지 양보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자는 과식을 하지 않는다. 먹을 만큼 먹었으면 과욕을 부리지도 않는다. 사자가 먹고 남긴 것은 하이에나 등 먹이사슬에서 사자 아래에 있는 동물들이 처리한다.

그러나 인간은 그렇지 않다. 배가 불러도 먹고, 배가 고프지 않는데도 먹을거리를 찾는데 혈안이다. 바로 인간의 탐욕 때문이다. 골목 상권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빗나간 행태도 탐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제과·커피·순대·청국장 사업에까지 손을 뻗은 대기업들을 보면 탐욕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비난 여론과 정치권의 질타가 이어지지 않았다면 아마 대기업들은 이들 사업에서 선선히 철수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소 상공인과 서민을 울리는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영역 확장은 종종 문어발에 비유돼 왔다. 요즘에는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대통령이 대기업 2, 3세들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겠는가.

대기업은 대기업다워야 한다. 풍부한 자금력과 기술력 등을 앞세워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살아남아야 한다. 협력업체나 하청업체의 팔을 비틀 것이 아니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정보통신(IT) 벤처업체로부터 인력을 빼내는 일에 몰두하기보다는 고급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대기업들이 탐욕을 버리지 않으면 미국 월가의 점령시위가 우리나라에서 재현될지도 모른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그룹 명예회장의 경영철학은 본받을 만하다. 그는 방만한 경영으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본항공을 흑자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자는 배가 부르면 사냥하지 않는다. 배가 불러도 사냥하는 것은 사람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탐욕을 지적한 것이다. 그는 “기업인은 이익을 추구하되 올바른 일을 한다는 도덕심을 가져야 하고, 이익을 배분할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금과옥조로 여겨야 할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