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욕심 부리는 여당의 고령·다선 의원들
입력 2012-02-08 21:57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세 차례 눈물을 흘렸다. 올 총선 때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서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기자간담회, 달성군민 대표와의 면담과 배웅할 때였다. 박 위원장은 1998년 이곳 보궐선거에서 당선됨으로써 정치에 입문했다. 그 이후 내리 4선을 했다. 그가 남다른 애정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래서 당내의 지역구 불출마 요구에 오래 고민해온 것이다. 박 위원장은 “더 큰 정치에 헌신하라는 지역구민들의 뜻에 따라 더 큰 정치에 몸을 던지기로 결단했다”고 말했다.
‘더 큰 정치’란 새누리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되찾아오는 일일 것이다. 아직은 성과가 미흡하지만, 당명과 정강정책을 바꾸고 민생관련 정책들을 개발하고 인재 영입을 서두르는 등의 조치들이 그 일환이다. 이 가운데 으뜸은 뭐니 뭐니 해도 공천 작업이다. 당이 변모했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총선 때 국민 앞에 새 인물들을 내놓는 게 필수다. 이를 위해선 다선·고령 의원들의 용퇴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 중진들 가운데 용퇴하는 이들이 별로 없다. 요즘과 같이 위기 국면이었던 2004년 총선 때는 27명이 자진해 불출마를 선언했으나, 이번에는 박근혜·홍준표 의원을 포함해 10명밖에 안 된다. 중진들이 서울이나 영남으로 지역구를 옮긴 민주통합당과도 대비된다.
옛 한나라당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국민들의 지탄을 받았기 때문이다. MB정부에서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의원들을 포함해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계속해온 중진들은 책임을 공유해야 마땅하다. 최소한 홍준표 전 대표처럼 공천신청을 하지 않고, 당의 결정에 일임이라도 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대부분 “경륜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등의 이유를 들어 출마를 고집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친박 중진 가운데서도 지역구를 반납하는 이가 나와야 한다. 그래야 MB정부 실세 용퇴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물러날 때가 아니라며 노욕(老慾)을 부리면 추해지기 십상이다. 새누리당으로 변모한 만큼 옛 한나라당의 중진 의원들은 본인이나 자신이 속한 정당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