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산 독재 연상시키는 정봉주 팬카페 회칙
입력 2012-02-08 18:10
정봉주 전 의원을 지지하는 인터넷 팬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이 독재적인 회칙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미권스가 지난달 27일 게시판에 올린 비상회칙을 보면 카페를 운영하는 임원진 임면권을 사실상 정 전 의원에게 일임하고 있다. 회칙 제4장에 따르면 카페지기 중앙운영진 광역운영진 등을 임명할 때 정 전 의원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한다. 제5장의 면직 규정에서도 중앙 및 지역 운영진 사이에 심각한 의견대립이 발생할 경우 카페지기와 정 전 의원이 합의해 면직시킬 수 있으며, 두 사람 사이 갈등이 일어날 경우 정 전 의원이 카페지기를 면직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미권스의 이런 운영 방식을 놓고 ‘공산당식 1인 독재’ ‘수령 통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비민주적인 운영 회칙이 ‘신나는 민주주의 정착을 지상목표로 한다’는 미권스의 설립 목적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독선을 비판하다 독재의 늪에 빠졌다는 등의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미권스는 이전에도 카페 운영자들을 대거 일반회원으로 강등시키거나 비판적인 회원들을 강퇴시켜, 이들 중 일부가 ‘미권스 떨거지’라는 독립 카페를 차리기도 했다. 미권스는 최근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의 비키니 가슴 시위 독려를 문제 삼아 지지를 철회한 진보성향의 여성 카페인 삼국카페 등을 살생부 명단에 올려놓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인민재판’식 투표를 실시하기도 했다.
회원수가 19만명을 넘는 정치성향이 짙은 카페, 그것도 현 정권을 독선·독재 정권으로 규정하고 저항을 모토로 내건 미권스가 왕조시대 같은 통치구조로 운영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 전 의원이 지난 대선 당시 BBK 의혹 제기로 정치적 보복을 당하고 있다며 석방과 함께 표현의 자유 신장을 위한 법개정 작업까지 벌이고 있는 미권스가 반민주적 회칙을 만든 것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비키니 시위 독려에 대한 나꼼수 측의 궤변에 가까운 변명까지 지켜보노라면 나꼼수와 미권스가 원래 민주주의를 지향했는지조차 의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