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대통령 하야 선언… 반정부 시위에 무릎 “철권통치 원치않아”
입력 2012-02-07 23:36
인도양 섬나라 몰디브의 모하메드 나시드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오후 하야 선언을 했다.
나시드 대통령은 이날 오후 TV로 중계된 기자회견을 통해 “현 상황에서는 사임이 국가에 더 좋다고 생각된다”며 퇴진 의사를 보였다. 그는 “권좌를 유지하면 문제가 더 커지기만 할 것”이라며 “몰디브인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고, 철권으로 국가를 통치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모하메드 와히드 하산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몰디브에서는 나시드 대통령이 형사재판소 최고법관 압둘라 모하메드를 체포하라고 명령한 것을 계기로 그에 반발하는 시위가 몇 주째 이어져 왔다. 몰디브 정부는 모하메드 판사가 2008년까지 30년간 장기 집권한 마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고 부패에 연루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부통령과 대법원, 인권위원회 등 국가기구들은 모하메드 판사를 석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정치적 불안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전날 경찰관 수백 명이 수도 말레에서 반정부 시위에 나섰다. 이후 군 병력이 고무탄을 발사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반정부 시위대 측은 ‘여러 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이날 하야를 선언한 나시드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가로서 민주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적극적 행보로 세계의 주목을 끌었던 인물이다. 2008년 10월 몰디브에서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민주적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그는 당시 가윰 대통령의 30년 집권을 종식하고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영국 유학파 출신의 언론인으로 집권 이전에 20년 동안 민주화 운동에 매진하며 14번이나 투옥되는 등 몰디브 민주화에 큰 공을 세웠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