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판길 농촌진료 승합차 추락 10명 사상
입력 2012-02-07 19:04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환자진료와 검진활동에 참여했는데….”
7일 오전 노인 건강검진 진료에 나섰던 의료진 중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는 비보를 접한 광주 H병원 직원들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H병원 여의사 김모(27)씨와 간호조무사 5명, 병원 직원 4명은 이날 새벽 스타렉스 승합차(12인승)를 타고 농촌마을 건강검진 진료에 나섰다. 조금이라도 진료시간을 늘리기 위해 새벽 5시20분에 병원을 출발했다.
하지만 승합차는 오전 7시11분 경남 의령군 의령읍 정암리 79번 국도 정암교를 건너던 중 미끄러지면서 다리 난간을 들이받은 뒤 15m 아래 강변으로 추락했다.
경남지역에는 전날 오후 가랑비가 내렸고, 이날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면서 도로 곳곳이 결빙돼 빙판길로 변한 상태였다. 사고 승합차를 뒤따르던 다른 차량 운전자는 “앞서 달리던 승합차가 갑자기 미끄러지며 두세 바퀴 돌더니 난간을 들이받고 추락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은 승합차가 빙판길에 미끄러지면서 다리 아래로 추락한 것으로 보고 부상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이 사고로 운전을 하던 병원 직원 박모(49)씨와 여의사 김씨, 방사선과 직원 김모(39)씨, 행정직원 한모(57)씨 등 4명이 숨졌다.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등 병원 직원 6명은 중경상을 입고 함안중앙병원, 의령병원, 창원 청아병원 등에서 치료 중이다.
H병원은 경남 의령군보건소와 건강검진 진료 협약을 맺고 이달 1∼10일 의령군 지역 노인회관 등에서 건강검진 진료를 약속한 상태였다. 이날은 의령군 봉수면 죽전리 마을회관에서 이 마을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할 예정이었다.
H병원 윤모 관리부장은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의령군으로 출장 검진을 가던 도중이었다”며 “의료진이 출발하기 전 웃으면서 ‘잘하고 오겠다’고 했는데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의령=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