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졸업식’ 배화여중 가보니… 졸업생 흥겨운 ‘장기자랑’ 축제마당

입력 2012-02-07 19:04


서울 필운동 배화여자중학교에서 7일 졸업식이 열렸다.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고, 서울시교육청과 경찰이 졸업식에서의 각종 폭력행위를 엄단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살벌한’ 사회분위기 속에 치러진 졸업식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정든 학교와 선생님을 떠나는 아쉬움과 새로운 고교 생활에 대한 기대감을 맘껏 표현했다. 우려했던 일탈행위와 뒤풀이는 없었다.

오전 10시30분 졸업식을 위해 학교로 향한 학생을 가장 먼저 맞은 사람은 낯선 경찰관이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강력사건이라도 발생한 듯 순찰차가 세워져 있었고, 사복을 입은 경찰관은 무전기에 신호를 보내며 지키고 있었다. 시끌벅적하고 활기가 넘쳐야 할 졸업식이 조금은 삭막하기까지 했다. 학교정문과 뒷문에는 경찰관 20명, 순찰차 4대가 동원됐다.

이들은 교문을 통과하는 학생의 복장과 소지품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경찰 관계자는 “이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졸업식 일탈행위가 한번도 없었지만 가방이 불룩한 학생은 혹시 뒤풀이 도구가 들어 있을 수 있어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 들어서던 한 학부모는 “축제의 마당이 돼야 할 졸업식장에 경찰관이 지키고 있어 어색하다”고 말했다.

강당에서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경찰관들은 학교 안팎을 순찰했다. 학교 운동장과 정문 앞에는 꽃 파는 상인과 사진사들이 자리 잡아 그나마 졸업식 분위기를 냈다.

배화여중에서는 올해 6학급 210명이 졸업했다. 학생 모두 단정한 단발머리에 깨끗한 교복을 입고 행사를 치렀다. 졸업행사는 1부와 2부로 진행했다. 1부에서는 보통의 졸업식처럼 이사장, 교장 등의 축사가 있었고 상장을 받는 학생에게 친구들의 축하가 이어졌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2부 행사였다.

2부는 재학생과 졸업생 7명의 축하 댄스로 막이 올랐다. 이어 한복을 입은 학생 4명이 부모를 위해 장구춤을 선보였다.

배화여중은 학급별로 졸업생이 참석해 장기를 선보이고, 강단에서 교장으로부터 1명씩 졸업장을 받는 졸업식을 기획했다. 복고풍 선글라스를 쓰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단체 춤을 추는 학급을 비롯해 합창을 하는 학급 등 저마다 준비했던 장기를 뽐냈다. 학교 관계자는 “장기자랑 졸업식은 3년 전부터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우리 학교만의 전통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식이 끝이 나자 학생들은 밝은 표정으로 부모와 교사, 친구 등과 함께 사진을 찍거나 포옹하며 학창시절의 마지막 추억을 남겼다. 졸업생 김모양은 “요즘 학교마다 학교폭력에 신경을 많이 쓴다”며 “졸업식 뒤풀이가 심각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학교 앞에 경찰관이 서 있는 모습은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