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르 브리코 에이맥 회장 “기술대국 한국 자원 개발은 초기단계”
입력 2012-02-07 21:56
“한국은 불과 60년 만에 각국의 지원에 의존하던 가난한 나라에서 전 세계의 이목을 끄는 나라로 급성장했습니다. 기술수준과 고급인력, 잠재력 등 여러 면에서 존경스러운 나라입니다. 하지만 자원개발에 대한 경험은 아직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뒤 한국을 방문한 사미르 브리코(54) 에이맥(AMEC) 회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기술력과 잠재력을 높이 사면서도 해외자원개발 노하우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영국계 에너지 분야 프로젝트 관리 및 엔지니어링 기업인 에이맥은 세계 각지에서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전문 엔지니어링 및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가 전 세계에서 맡고 있는 프로젝트는 60조원 규모에 달한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연 6조원 가량으로 이 분야 선두 기업이다. 우리나라와는 1999년 인천대교 건설 사업에 참여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이 자원개발에 관한한 초기 수준이라는 그의 지적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해외자원개발에 의욕만 앞세우기보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4년간 국내 30대 그룹의 해외 자원개발 실적이 대부분 적자인 것만 봐도 아직은 해외자원개발에 서투른 것이 사실이다.
브리코 회장은 한국이 과거에는 해외에서 자원을 확보해 국내에 공급하는 데에만 치중하다 최근 들어 광물이나 석유, 가스 등 해외 자원개발에 직접 참여하거나 지분매입을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자원개발은 시작 단계인 만큼 해외자원개발과 관련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인적·물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는 에이맥의 고객관리 노하우에 대해 “단기적으로 사업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만 치중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과의 신뢰가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국기업들의 열정과 노력을 높이 사면서 세계시장 진출 성공사례로 전력 플랜트 분야를 꼽았다. 그는 “한국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전력분야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고, 최근 전 세계 전력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며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전 세계 턴키파워플랜트 사업에서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경이로운 성공사례”라고 평가했다.
브리코 회장은 “인천대교 사업으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어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며 “지금도 인천대교 같은 랜드마크 인프라 시설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 점에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석유공사나 가스공사 등 에너지 기업들이 해외 자원시장을 개척할 때 에이맥 같은 해외자원개발 경험이 많은 회사들을 활용하면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했다.
브리코 회장은 “에이맥은 과거 영국 중심의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세계적인 사업관리 서비스 제공업체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며 “전 세계 석유·가스·광물뿐 아니라 청정에너지, 환경 및 인프라 시장에서 컨설팅을 하고 있고 복합자산의 유지관리도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에이맥의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고 했다. 업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인재들을 모집하고, 직원들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에게 이익의 상당부분을 재투자하고 있다고 했다. 또 전 세계에 펼쳐져 있는 광범위한 고객 네트워크와 고객관리 시스템도 에이맥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 기업들과 경쟁관계가 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맥은 사업관리 컨설팅(PMC)으로 세계적인 인지도를 갖고 있으며 그동안 쌓아온 사업경험과 국제적인 네트워킹이 자산인 만큼 기술력을 강점으로 하는 한국의 건설사들과 공동으로 해외사업을 하는 데 서로 이익이 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역동적인 변화와 눈부신 경제성장을 하는 게 몸으로 느껴진다”며 “에너지 분야에서 폭넓은 노하우와 기술, 고객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에이맥과 한국의 재능이 만나면 한국과 영국뿐 아니라 제3시장에서 엄청난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