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남극 빙하 밑 호수 시추 성공… 30여년 만에 보스토크 호수 표면 도달
입력 2012-02-07 23:26
러시아 연구팀이 수십만년 동안 남극 얼음 밑에 갇혀 외부세계와 차단돼왔던 ‘보스토크 호’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구소련 시절인 1970년대부터 시추작업에 들어간 지 30여년 만이다. 이번 시추 성공이 남극 미지의 세계에 묻힌 생태계 연구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과 환경오염의 시작이라는 환경론자들의 반박이 엇갈리고 있다.
세르게이 레센코프 남북극과학연구소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어제 우리 학자들이 남극 얼음을 3768m(2.5마일) 깊이까지 뚫고 내려가는 굴착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이로써 얼음 및 호수의 표면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시추공을 통해 호수의 얼음물을 채취해 분석할 예정이다.
이 호수의 면적은 1만4000㎢, 길이는 230㎞, 너비는 50㎞다. 최고 깊이는 1200m로 추정된다. 1960년대 중반에 존재가 확인됐고, 1970년대에 호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십만년 전 빙하의 하부가 지열에 의해 녹으면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과학자들은 보스토크 탐사를 외계 행성 탐험에 비유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은 보스토크호 연구가 수천만년에 걸친 지구 기후 변화와 향후 수천년간의 기후 변화 가설을 구축하는 데 커다란 공헌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호수에서 100% 어둠 속에서도 생존하는 박테리아 등의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데 이미 시추공을 통해 올라온 얼음에서 미생물이 발견됐다. 일부 학자들은 호수가 완벽한 청정수로 채워져 있을 것이란 가정도 내놓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70년대부터 남극 얼음 시추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는 고생대 기후 연구가 목적이었다. 1998년 호수 표면까지 130m를 남겨 둔 지점에서 환경오염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우려로 굴착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 호수 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새로운 굴착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길이 열렸다. 시추공 안에 부동액으로 등유와 프레온 가스를 혼합한 액체를 주입하되 윗부분 50m 정도는 비워둠으로써 시추공이 호수 수면에 닿는 순간 압력차에 의해 물이 시추공 밖으로 뿜어져 나오게 함으로써 호수 오염을 막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많은 서방 학자들은 새로운 시추 기술이 호수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또 보스토크 표면수 채취만으로 호수의 생태계를 연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