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자체 토착비리 38건 적발 징계 등 요구

입력 2012-02-07 18:34

‘며느리 법인카드’ 506차례 3700만원어치 생활비로 물 쓰듯

‘度넘은 인사횡포’ 측근 자격될 때까지 인사 미뤘다 승진시켜


인사권을 남용해 비위행위자를 승진시키거나, 법인카드를 며느리에게 줘 생활비로 펑펑 쓰게 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장 및 일선 공무원의 비리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7∼8월 지자체의 회계비리 및 근무태만을 집중 점검한 결과 38건의 부당사례를 적발해 이 중 전직 구청장 등 2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8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7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충북 음성군 모 보건진료소 진료원 A씨는 며느리에게 진료소 법인카드를 줬으며, 며느리는 2007년 1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마트 등에서 생활용품 1280만원 어치를 구입하는 등 506차례에 걸쳐 3700여만원을 생활비로 썼다. A씨는 또 진료소 운영협의회 기금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거나 법인카드 결제계좌로 이체한 뒤 인출하는 수법으로 50여차례, 870여만원을 횡령했다.

업무추진비가 유흥비로 사용되기도 했다. 서울시 모 과장·팀장 등 10명은 일자리 창출에 노고가 많은 직원들을 격려한다며 종로의 한 유흥주점에서 도우미와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셨다. 비용으로 109만원이 나오자 이들은 간담회 경비로 처리하기 위해 50만원 이하로 나눠 3개과의 업무추진비 카드로 결제했다. 영수증은 폐업한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한 것처럼 발급 받았으며 강남에서 간담회를 연 것처럼 지급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했다.

또 서울 은평구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5차례, 2900여만원의 상품권을 구매한 뒤 부구청장을 포함한 과장급 이상 간부와 시의원들에게 지급하는 등 지자체 7곳이 업무추진비를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진구는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19차례, 상품권 2200여만원 어치를 구입해 구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인사권 남용도 도를 넘어섰다. 전 도봉구청장은 근무성적평정위원회가 열리기도 전에 자신의 측근을 1위로 지정하고 이 사람이 승진연한이 될 때까지 인사를 미룬 뒤 승진시켰다. 또 뇌물공여죄를 저질러 서울시로부터 징계의결을 받은 인사를 승진시키는 등 인사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했다.

최현수 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