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민들 만나 세차례나 눈물… 박근혜 왜 울었을까

입력 2012-02-07 23:33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19대 총선에서 14년 동안 유지했던 지역구(대구 달성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다. 1시간 사이에 3차례 눈물을 흘리면서 정든 정치적 고향을 내던진 박 위원장의 불출마 결단으로 물갈이 쇄신 공천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릐‘박근혜’식 공천 물갈이 급물살…친박부터 읍참마속?=박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고 이 어려운 시기에 비대위원장을 맡아서 앞으로 당과 우리 정치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 될지 그 선택을 놓고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비례대표 출마 여부는 “당과 상의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간담회 도중 감정이 북받친 듯 목이 메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박 위원장은 간담회에 앞서 가진 지역구민들과의 면담에서 한 참석자가 자신의 정치역정을 거론하면서 눈물을 흘리자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연신 휴지로 눈물을 닦아냈고 작별하면서 또 한번 눈물을 훔쳤다. 배석했던 황우여 원내대표는 “(박 위원장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이 공천 신청 마감일인 10일쯤으로 예상됐던 것과 달리 달성에 다녀온 지 하루 만에 불출마 결단을 내린 것은 50% 이상 물갈이 쇄신 공천과 무관치 않다. 자기희생의 결단을 내린 박 위원장이 직접 나서 고령·다선·중진들을 교통정리할 가능성이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특히 현 정부 실세 용퇴론에 대한 친이명박계의 반발이 거센 만큼 박 위원장이 친박근혜계부터 읍참마속(泣斬馬謖)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당내 시각이다.

친박계 핵심 의원들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각 지역별로 중진 용퇴나 물갈이를 위한 정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고, 이들이 만나 지역구 출마를 권유한 고위 관료와 현직 대학총장 등의 실명도 거론된다. 그런가 하면 5선 출신 현경대, 재선 출신 홍문종 전 의원이 이날 비대위에서 재입당 승인을 받는 등 친박계의 결속이 뚜렷해지고 있다.

릐벌써 공천 반발…공천 후유증·계파 갈등 심화될 수도=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심사 과정에서 분파 행위를 일으키거나 공천위원에게 부적절한 접근을 시도할 경우 ‘페널티’를 부과키로 했다. 권영세 사무총장은 “공천 후보자들이 친이계·친박계 등 분파행위를 하는 경우, 또 공천위원에게 부적절한 접근을 하는 경우 확실한 불이익을 주기로 결의했다”고 말했다. 정치 신인에게는 ‘백그라운드 검증’을 실시하고, 비대위에 (가칭)‘클린선거위’도 구성키로 했다.

아울러 공천위는 전통적인 ‘텃밭’인 서울 강남 갑·을, 서초 갑·을, 송파 갑·을, 양천갑과 경기도 분당 갑·을 등 9곳을 비례대표 의원 공천 배제지역으로 선정한 비대위 결정을 수용하고 늦어도 내주 초까지 영남권 등 추가 공천 배제지역을 선정키로 했다. ‘하위 25% 공천 배제 룰’이 적용될 현역의원 평가를 위한 여론조사는 20일 전후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대위는 전략공천 지역구 49곳(20%)을 쇄신 공천지역, 교두보 확보 공천 지역, 거점방어 공천지역, 대응 공천지역 등으로 세분해 공천위에 의견 형태로 전달했다.

하지만 양천갑 출마를 선언한 정옥임 의원은 “강세지역에 대한 객관적 개념 정립이나 준거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강행해 여성 비례대표의 유의미한 활용 자체도 좌절시키는 상황”이라고 반발했다. 정몽준 전 대표도 “현 공천심사 구조가 2008년 친박계 공천학살 때와 너무 유사해 걱정”이라며 “그래도 그땐 친박인 강창희 전 의원이 공심위에 있었고 최고위원 회의에도 친박계가 3명 있었으나 이번에는 그런 배려도 없다. 반대세력을 몰아내는 공천학살을 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박 위원장이 서울에 출마해 힘을 보태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