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전용도서관은 성차별” 인권위, 제천시립도서관에 시정 권고

입력 2012-02-07 18:58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도서관을 여성전용으로 운영하는 것은 남성에 대한 차별이라며 제천시립도서관에 도서관을 남성에게도 개방할 것을 권고했다고 7일 밝혔다.

인권위는 권고문에서 “여성이 주 이용대상인 도서관을 운영하더라도 여성 관련 분야의 자료와 교육 프로그램 등 서비스를 특화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므로 남성의 이용 자체를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립도서관 이용자가 제천시 전체 공공도서관 이용자의 15%에 달하고 도서관 이용 수요가 높은 기간에는 공공도서관 이용이 쉽지 않아 실질적으로 남성의 도서관 이용이 여성보다 제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천시 주민 장모(29)씨는 “제천시립도서관이 여성전용도서관으로 운영되면서 남성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며 지난해 6월 인권위에 진정을 냈었다.

전국 유일 여성전용인 제천시립도서관은 1994년 제천여성도서관으로 설립된 이후 1996년 제천시립도서관으로 바뀌어 연간 총 100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충북도민들은 국가인권위의 결정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효윤 시민자치국장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이 남성의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잘못으로 인권위의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제천환경운동연합 김진우 사무국장은 “장애인 등 소수자들을 위한 제한적 사용 시설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도서관이 여성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도록 운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제천시립도서관 함권택 관장은 “인권위의 결정을 존중한다”며 “그러나 남성이 함께 사용하려면 화장실 증설, 조례 개정 등 절차상의 문제가 많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전용 도서관으로 운영하게 된 것은 1991년 도서관 부지를 기증한 고 김학인 여사가 여성을 위한 시설로 사용해 달라는 유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천시립도서관은 지난해 10월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2011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우수도서관에 선정돼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제천=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