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간장·음식 재료 저마다 짝 있지요… 조선간장·진간장·양조간장·향신간장 쓰임새와 고르는 법
입력 2012-02-07 18:09
음식 잘하는 시어머니를 둔 며느리는 괴롭다. 식탁 앞에서 ‘어머니 손맛’ 타령하는 남편이라니!
김숙경(30·서울 불광동)씨는 일요일인 지난 5일 그 듣기 싫은 소리를 또 들었지만 이번에는 할 말이 없었다. “월요일이 정월대보름이니 오곡밥과 나물 먹고 가라고 하셔서 지난 주말 시댁에 갔었어요. 정말 나물이 씹을수록 달큼한 게 맛있더라고요.”
김씨는 싱글벙글하는 남편이 보기 싫었지만 시어머니께 한 수 배우기를 청했더란다. 시어머니는 그런 며느리에게 아무 말 없이 양념장을 열어보였다. 아니 이게 웬일? 장이 대여섯 가지나 됐다. 시어머니는 “콩나물만 소금간을 하고 나머지 나물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했다”며 음식에 따라 장을 잘 골라 써야 깊은 맛이 난다고 강조했다. 조선간장은 짜다는 생각에 진간장을 주로 쓰는 편인 김씨는 입이 딱 벌어졌다.
“정월 말날인 15일 장을 담그는 데 오지 않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조선간장에 된장까지 주시겠다고 하셔서 냉큼 ‘예’ 했습니다.”
김씨뿐이 아니다. 요즘 젊은 주부들은 장을 담그는 것은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서 쓰지도 않는다. 또 슈퍼 진열장에 쭉 도열돼 있는 간장들이 그저 상표나 가격이 다른 장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세종호텔 총주방장 박초로씨는 “조선간장을 비롯해 진간장, 양조간장, 향신간장 등은 저마다 쓰임새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갖춰 놓아야 음식의 깊은 맛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 제조 방식으로 만드는 조선간장은 염도가 높고 색깔이 엷어 음식 본래의 색을 유지하면서 간을 맞출 수 있다. 깔끔하고 담백한 맛, 맑은 색깔을 가진 조선간장은 미역국, 갈빗국, 콩나물국 등 국물요리에 알맞고, 나물무침과 같이 본래 재료의 색깔을 그대로 살려야 하는 요리에도 잘 어울린다.
진간장은 아미노산 공법을 사용해 시간적, 영양학적 손실을 최소화해 감칠맛이 뛰어나고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는다. 마늘종 볶음이나 갈비찜처럼 열을 가하는 음식, 간장게장처럼 간장을 끓여 사용하는 경우에 이용한다.
양조간장은 탈지대두와 소맥을 사용해 장기간 발효 숙성시켜 만드는 간장으로 발효과정에서 형성되는 맛과 향이 매우 풍부하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깊고 풍부한 향이 특색이지만 열에 의해 변질되기 쉽다. 국이나 찌개에 넣어선 제맛을 살릴 수 없다. 생선회나 부침요리 등을 찍어먹는 소스, 무침, 간장 드레싱 등에 사용해야 한다.
비교적 최근에 등장한 향신간장은 각종 과일과 양파 마늘 야채 등의 천연 향신재료를 간장과 함께 달여 만들어 독특하면서도 고급스러운 향과 맛을 내도록 도와준다. 요리 초보 주부들에게 환영받는 제품이다.
이밖에 염도를 낮춘 간장으로 싱겁게 먹어야 하는 환자나 어린이들을 위한 저염간장, 조림요리를 간편하게 할 수 있도록 각종 조미재료를 첨가해 만든 조림간장, 전통적인 조선간장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국간장 등이 있다.
샘표 요리교실 ‘지미원’ 이홍란 원장은 “간장을 구입할 때는 T.N의 수치를 꼭 확인하고 양조간장은 숙성기간도 살펴보라”고 일러 준다. T.N(Total Nitrogen)은 총질소 함유량을 가리키는 것으로, 간장의 맛과 영양을 결정하는 ‘아미노산’ 함량을 나타내는 척도다.
간장 맛의 기본을 구성하는 것은 콩단백질에서 유래된, 몸에 좋은 여러 종류의 아미노산인데, T.N이 높을수록 간장 내 아미노산 함량이 높다. 즉 T.N이 높을수록 더욱 깊고 풍부한 맛을 지닌 고급 간장인 셈이다.
미생물에 의한 자연 발효, 숙성으로 만들어지는 양조간장은 단백질이 완전히 분해되고, 최적의 발효향과 간장의 빛깔을 만들어 내는 충분한 발효시간이 필요하다. 6개월이 최적의 숙성기간이다.
이 원장은 “간장은 대표적인 발효식품으로 공기에 접촉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면 맛과 색이 변질되므로 간장을 쓴 뒤에는 뚜껑을 바로 닫아 햇빛이 들지 않는 서늘한 장소에 보관하고, 개봉한 후 2개월 내에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기간 보관할 때는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이 이상적이다. 보통 꺼내쓰기 편하게 조리대 밑이나 바로 옆에 간장을 보관하는데, 조리할 때 발생하는 열의 영향을 많이 받아 변질 우려가 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